是非吟시비음 / 許厚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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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6회 작성일 18-11-12 19:13본문
是非吟시비음 / 許厚허후
是非眞是是還非 不必隨波强是非
却忘是非高着眼 方能是是又非非
시비진시시환비 불필수파강시비
각망시비고착안 방능시시우비비
옳은 것이 진정 옳은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이 또 아닐 수 있네
반드시 물결처럼 억지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잠시 잊고 눈을 높은 곳에 두어야
능히 옳은 것은 옳고 또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 할 수 있네
현실은 늘 암담하다. 그 어느 것도 진정 옳은 것은 옳은 것일까! 또 그런 것도 사실 그른 것인가? 모두가 문제투성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어떤 목표가 서지 않는다면 옳고 그름은 끊임없는 논란만 제공한다. 어느 신발 회사의 슬로건처럼 just do it, 당장 실천이 있어야 한다. 실천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고 나아가는 길이겠다. 그러니 눈은 항시 높은 곳에 두어야 한다. 꿈과 이상이 없다면 오늘 하루도 그른 것이며 그른 것이 쌓이면 삶은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오늘을 위한 목화씨를 뿌리고 목화밭을 가꾸고 그것이 양말이 되든 더나가 그 무엇이 되던 그러니까 파종播種 같은 것, 씨 뿌리는 일은 있어야겠다. 그러면 목화처럼 핀 오늘이 양말처럼 누구라도 신을 수 있는 유적遺跡遺蹟이 된다면 더 멋진 목화는 없을 것이다.
너머의 여름 / 김소연
목화밭 앞에서 씨익 웃는 그녀를 상상한다
남몰래 목화솜을 따는 그녀를 상상한다
목화씨가 발아되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매일 아침을 상상한다
혼자서 양말을 신는 게
소원이라던 네가 무사히 허리를 구부려 양말을 신는
모습을 상상한다
잎말이나방의 유충이
들끓던 이파리의
고충이 아니라
-너머의 여름, 김소연 詩 부분-
목화와 목화밭 그리고 목화씨 이것이 발전하여 양말을 이룬 것을 생각하면 목화는 아주 선명한 색감이자 꽃이다. 목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작업 공정이 필요하다. 물론 작업공정 뿐만 아니라 천재지변까지 운이 닿아야 좋은 목화를 얻을 수 있다. 이 목화는 껍질을 벗고 솜을 얻을 수 있는 자재다. 솜으로 양말을 짜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물론 시인은 목화를 비유로 이 시를 이끌었다. 시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너머의 여름이다. 너머는 하나의 경계다. 어떤 희망을 내포한다. 언어의 도치로 그 여름의 끝은 무엇일까? 가을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어떤 암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가을을 위해 매일 아침을 상상한다. 목화씨가 발아되기를 목화밭에 심은 목화가 양말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실용적인 꿈을 시인은 얘기한다. 그 어떤 유충의 피해에 대한 고충도 겪을 수 있다. 천재지변으로 운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목화씨로 우리의 가을을 노래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의미하다.
詩人 허후許厚는 1588(선조 21)∼1661(현종 2).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詩 是非吟시비음은 옳고 그름이 어디 있을까 다만, 우리의 눈을 높게 잡아 현실을 좀 직시하자는 뜻이다. 詩人 김소연의 詩 ‘너머의 여름’은 후덥지근한 여름에 생명을 부여하여 소출의 의미를 심고자 했다. 모두 이상을 현실보다 높게 잡아 행동을 이끄는 것이겠다. 아무리 좋은 이상도 책상 위에 있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다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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