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들다 / 김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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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8회 작성일 18-12-05 04:26본문
어둠에 들다 / 김완하
어둠이 오기 전
숲 앞에서 시간은 잠시 잠깐
움찔한다
쌓인 빛을 털어내려는 듯
풀들마다 허리께를 한 번
요동친다
어둠은 세상의 길을 풀어버리고
소리 속으로 귀를 묻는다
내가 밟고 가는 걸음에 놀라 화들짝
깨어나는 숲,
제 울음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벌레들
어둠 속에서 땅은
나에게 순순히 길을 내어준다
어둠에 나를 묻자
길은 훤히 트였다
숲을 빠져나올 즈음
어둠은 겹겹 짜인 시간의 조롱을 흔들었다
눈 익어 오리나무 둥치도
어둠 속 희게 빛난다
작은 도랑을 건너
물은 흘러갈 만큼 가서야 소리를 죽인다
어둠도 깊어질 만큼 깊어야 또 빛이 된다
* 김완하 : 1958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87년 <문학사상> 등단
2007년 제12회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2010년 제22회 대전시 문예상 문학부분 수상
< 감 상 >
자연과 동화와 투사를 차근하게 이끌어가는 화자의 탁월한 내공을 본다
관조와 성찰을 통한 서정의 흐름이 평온 하면서도 아름다워 돋보인다
살얼음 위를 걷듯,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나가 듯,
현실과 자연을 넘너드는 화자의 상상의 폭이 환상적이다
- 물은 흘러갈 만큼 가서야 소리를 죽인다
- 어둠도 깊어질 만큼 깊어야 또 빛이 된다
아픔은 아플 만큼 아파야 끝이 난다. 는 즉, 올빼미는 밤 늦게 운다는 잠언
(箴言)이 언뜻 생각나는 귀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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