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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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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첫사랑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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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4회 작성일 18-12-12 11:4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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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문 옆에서 언니는 잠이 든다. 저녁이면 마당에서 펄럭이는 셔츠의 한쪽 소매를 만지던 언니. 동생은 더러워진 빨래에 대해 단 한 번도 말하지 않는다. 하늘을 날지 않는 새들은 동작을 멈출 줄 아는 도롱뇽 같아. 끝에 닿기 전에 한 번쯤 정지하는 일 말야. 언니는 동물도감을 펼치고 도롱뇽 꼬리를 부엌칼로 잘라 낸다. 쪽문을 드나들다 키가 큰 언니는 매일 밤 흰 목을 구부린다. 난간에 걸친 달이 몸속에 뼈를 세울 때마다 언니는 어깨가 아프다. 그를 찾아가도 될까? 이제 더 이상 손발이 자라지 않으므로 언니는 밤마다 짐을 꾸린다. 오늘의 달은 구겨진 흰 셔츠처럼 마당에 떨어진다. 쪽문을 떠나기 위해 언니는 립스틱을 바르고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묵을 곳은 분화구밖에 없어. 달의 도면을 펼치고 도롱뇽이 분화구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첫사랑, 이영주 詩 全文-

 

     鵲巢感想文

     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눈도 아닌 것이 내리고 있었다. 거리는 축축하게 젖었고 상가는 마트 말고는 모두 문이 닫혔다. 띄엄띄엄 보이는 밥집이 보였다. 때가 되면 거리에 사람이 없다가도 밥집은 그래도 한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하는 사람일까? 차림새로 보아서는 막일하다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잠옷 같은 체육복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분명 저들만의 가 있겠다.

     많은 시인이 서재에 가지런하게 꽂혀 있다. 하나씩 빼보며 읽다가 어느 한 편 골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끌려서 들어가기는 싫었다. 마라톤처럼 다들 한 무리를 지어 뛰어가는 판국이었다. 저들과는 다르다고 암만 새겨도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현실만 힘들었다. 에휴, 그래 한 편을 읽어보자. 저쪽 세계는 어떤지 또 긴 다리 하나를 빠뜨려본다.

 

     위 는 바닥에서 바라보는 언니의 개념이다. 바닥과 그 언니와의 사랑이며 이를 주관하는 사람은 그다. 물론 시적 관점이다. 여기서 그는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때가 되었을 때 찾아가 뵈어야 할 사람이다. 이렇게 읽는 방법이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언니와 그와의 사랑이다. 그 사랑 속에서 매일 밤 달 같은 그리움을 키워 나간다. 여기서 동생의 역할이 모호하다. 언니와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로 자리매김하는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여기서 도롱뇽을 잠시 보자. 시인은 변온동물을 끄집어냈다. 파충류다. 다족류가 아니라서 시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겠으나 파충류는 변온동물이라 일정한 뜻을 지니지 않는다. 동물도감은 하나의 교과서처럼 읽히고 쪽문은 하나의 경계로 손발이 자라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력視力,詩歷이 멈췄다는 말이겠다. 달은 구겨진 흰 셔츠처럼 마당에 떨어진다는 표현이 참 좋다. 흰 셔츠는 첫사랑의 대변인 그와 매치가 되는 시어이자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를 제유하기에는 제격이다.

     달처럼 희고 밝은 것은 없다. 보름달보다 더 클 수도 없다. 오늘도 달의 표면에 그 분화구에 뛰어 들어가 본다.

 

 

     鵲巢

     비 오는 골목길에 가로등은 아주 밝았어, 불빛에 날리는 비를 보았어. 파랗게 여무는 밀밭처럼 서로 비비며 떨어지는 것들은 열쇠 없는 문이 되어갔어, 바람이 불어 서로 비비다가 거북이의 등짝처럼 우리는 가까웠네. 동심 가득한 정원에 얼굴 없는 정원사가 비를 맞으며 때 아닌 보릿고개만 지울 수 없었지. 밀밭의 솜털은 젖은 행주를 펼쳐 늘 듯이 굴곡진 방아에다가 노을의 비밀만 끼워 넣었네. 푸르게 금 간 삭은 잃어버렸던 머리핀에 한 줄기 피어나는 분홍의 꽃잎이었어. 저녁노을이 먼 산 끼고돌다가 마치 우유와 커피를 섞은 눈빛으로 천정만 바라보았어. 병조각이 여러 박혀 있는 돌담 위에 참새가 날아와 앉았네. 재잘거리면서 빳빳하게 고개를 좌우 돌리고 있었지. 비는 수백 수천 년이 그렇게 황홀하게 비비다가 갔었어, 타는 목이 까맣게 젖었어, 닿아도 저 불빛은 담을 수 없었지 어두운 골목길에 비 오는 이 거리에 우뚝 선 가로등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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