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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밀담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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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6회 작성일 18-12-13 11:24

본문

.

     의자마다 목 떨어진 난쟁이가 앉아 있다면, 천 년 전부터 끓던 국물이라면, 추행하는 자와 추행당하는 자의 이름이 같다면, 그 이유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 계단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지독한 염병이라면, 다음 기차가 30년 뒤에 온다면, 애인의 아버지가 네 어머니라면, 농담이라면, 구멍이 흘리는 농담,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면, 종점 보관소에 보관된 더러운 쟁반이라면, 침대 발치에 미동도 없이 난쟁이가 앉아 있다면, 슬며시 네 발목을 쥐고 있다면, 채널을 돌려도 돌려도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면, 평생 기다린 후 여기 그것이 있다면, 거대한 먼지 기둥으로 발기한다면, 매분 매초가 절정이라면, 절정에서 절정으로, 막간 없는 極樂이라면,

 

                                                                                                        -밀담, 김언희 詩 全文-

 

 

     鵲巢感想文

     까만 봉지 같은 세상이다. 세상은 여러 과자가 있었다. 난쟁이 같은 초콜릿이 있는가 하면 역시 그것은 의자마다 목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천 년 전부터 끓던 국물로 감자 칩이 있었고 추행하는 자와 추행당하는 자의 웨하스가 있었다. 그 이유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 사실 모두 과자였다. 계단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지독한 염병이라고 비스킷이 말했고 다음 기차가 30년 뒤에 온다는 새우깡도 있었다. 애인의 아버지와 네 어머니는 모두 껌이었다. 농담이라도 좋았다. 구멍이 흘리는 농담에 빠지고 싶었다.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면 그냥 폭 담그고 싶었다. 이유가 없었다. 종점 보관소에 보관된 더러운 쟁반처럼 과자는 왔었고 침대 발치에 미동도 없이 난쟁이가 앉아 있다면 그건 분명 과자였다. 슬며시 네 발목을 쥐고 있다면 과자고 채널을 돌려도 돌려도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면 과자밖에 볼 수 없는 눈을 가졌다는 것인데 평생 기다린 후 여기 그것이 있다면, 과자다. 거대한 먼지 기둥으로 발기한다면 역시 과자며 매분 매초가 절정이라면 그것은 과자밖엔 없고 절정에서 절정으로 잇는 것도 과자였다. 막간 없는 極樂 그것은 분명 과자였다. 과자는 시였다.

 

 

     鵲巢

     사내는 고지에다가 언성을 높였다 그 성은 이미 서쪽 하늘에다가 대포를 쏘았으므로 결국, 그 대포알은 강 건너 노을이 지는 쪽으로 떨어졌다 창문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희미한 불빛으로 바라본 성주는 뒤섞인 장미의 핏물을 바르고, 분산된 화약 덩어리는 안개의 발톱만 그렸다

     안개의 발톱은 원초의 쪽빛을 넘어 몽환의 신음으로 흑백의 진실만을 띄웠다 한 번씩 쏘고 나면 윤리와 도덕을 무시하고 대포는 꺾어 대포알 지나간 자리를 추적했다 가장 어두웠던 쪽빛에서 방금 흘렀던 그 콧물을 닦으며

     빌어먹을 공기 흐름을 이해하지 못했다 배기의 조율을 맞춰 놓아야 했었다 하지만 성주는 국경 끝에서 사라져 간 군사의 입김만 바라보며 꿈의 고삐만 더욱 다져 나갔다

     마치 끈 풀린 속옷처럼

     곽중에 불야성 같은 언성이 들리고 결국 대포는 빙판의 언저리를 초토화시켰다 개미 한 마리 없이 아주 말끔히 지워버렸다 배추흰나비가 날아오르고 목련 하나가 힘없이 쓰러졌다 사내는 멍한 눈길로 부서진 창문을 수습했다 초소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철모를 쓴 병사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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