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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십이월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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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18-12-15 19:5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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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커튼을 치고 책상을 앉힌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사철나무 꼭대기에 새 몇 마리 날아와 앉았다 간다 너희에겐 명상이 없다 심사숙고가 없다 오래 입 닫고 있지 못하는 새여 오래 날개 붙이고 있지 못하는 새여 움직임만이 살아 있음의 증거, 그러나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무엇인가를 쓴다 무엇인가를 읽는다 어떤 문장 밑에 밑줄을 그으면 그 밑줄, 오랏줄이 된다 막막한 지평선이 된다 커튼을 밀치고 길게 멀리 사라지는 해나 바라본다 머리통이 작은 낙타와 대상(隊商) 몇 사람, 쓸쓸하다 헛것으로 보인다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 살얼음이 낀다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십이월, 유홍준 詩 全文-

 

     鵲巢感想文

     다 헌 판자때기 집에서 문을 꽉 닫고 책상에 앉는다 오토바이 한 대가 쏜 살 같이 지나간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모두 헐렁하다 다만,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치타를 몬다 껌뻑거리는 치자 꽃에 밤의 얼굴이 날아와 앉는다 너는 얼굴이 없다 말하지 않는다 하얀 심장에 검버섯만 핀다 자꾸 문지른다 밤의 얼굴이여 귀밑머리 흰머리가 될 때까지 존재의 근원을 밝혀라 빛이여 떨리는 손이여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치타를 몰며 치자 꽃을 향해 달린다 좌측 우측도 보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본다 오로지 등뼈를 세우고 멀리 사라져 간 구름의 노새만 잊는다 머리통만 컸던 노새와 유기견 몇 마리, 참담하다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이 보인다 순간 헬멧이 날아온다 커피는 쓰다와 커피는 쓴다 사이에 잔만 비운다 이 가난한 방에서 치타를 몬다

 

 

     鵲巢

     또롱또롱한 거미의 눈빛은 멍청했다 여하튼 주위에 도마뱀들은 들끓기 시작했고 물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 그 뜨거운 모래 바닥을 누볐다 목이 말라 있었다 그 짤막짤막한 더듬이마저 잘 다룰 수 없었으며 더욱이 향이나 미각마저 잃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있어 보였다 거미는 사막 위의 모든 생물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얼룩 도마뱀이 기어가는 것을 보는가 하면 그의 먹이사슬을 읽고 예측하기도 했으며 미끈 도마뱀의 혀의 색깔을 알기도 했다 페넥여우가 사막의 밤길을 서성이는 것과 한 해 몇 지나지 않는 낙타의 발굽을 보기도 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 위 한때 모래를 휩쓸며 지나가다가도 여전히 태양 빛 가린 구름이었다 그것은 대기의 산소였으며 산산하게 부는 바람이었다가 더듬이의 조각난 달이었다 까만 거미를 먹기 위해 오로지 도마뱀의 피를 원했던 것이다 그들의 삶과 형태를 느끼며 동조하기도 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읽어 삭막한 사막에서 뚫어 나아갈 길을 찾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방금 얼룩 도마뱀이 지나가는 것 같다가도 긴 꼬리 도마뱀이 지나간 것을 본다 긴 꼬리 도마뱀은 어느새 제 꼬리가 길어 휘휘 젖다가도 거미는 잠시 그 긴 꼬리 도마뱀의 가늘고 긴 꼬리에 흠뻑 젖어 있었던 게 분명했다

     텁텁한 모래와 자갈은 그대로였다 어찌 되었든 간에 비가 흠뻑 내렸으면, 이리하여 이 대지가 후끈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고 삭막한 저 허한 사막에 푸름으로 새 싹이 터 어디서 보더라도 푸른 잔디밭이었으면, 날카로운 발톱과 세련된 턱이 아니라도 기어가는 저 길은 누구보다도 사막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북두칠성은 오늘도 기울었다 언젠가는 돌에 끼거나 모래에 묻혀 제 꼬리를 끊는 날까지 틈새 사잇길과 천적을 만들어 갈 거라고 다만, 사막은 말을 하지 않았다 깜깜하고 건조하고 단단한 그 길만이 영원한 잠을 청할 수 있을 거라고 오늘도 바람은 휘휘할 뿐이었다.

     점점 가까워 오는 또롱또롱한 별빛을

     출렁거리는 이슬에 거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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