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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습관들 / 유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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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18-12-23 00:02

본문

.

     태어나기 전부터 몸에 새겨진 습관은

     내 몸에 살았던 타인의 흔적

 

     말하는 시간이 말하려는 날들인가 도착한 곳이 닿으려던 곳인가 부르는 이름이 부르려는 당신인가

 

     나는 타인의 누적

     습관은 내가 나의 하인일 뿐이라는 증거

 

     나를 반복하는 중이다

     머무르는 자, 곧 추방될 자, 나는 나에게 패배할 것이다.....

 

     습관은

     앞서 지나간 자들이 남긴 계율

     나는 나를 반복하지 못한다

 

                                                                                                         -습관들, 유병록 詩 全文-

 

 

     鵲巢感想文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아마 詩人의 첫 시집이 아닌가 모르겠다. 가 참 괜찮다 싶을 정도로 글을 꽤 잘 쓰시는 분이다. 詩人의 나이가 젊어, 좋은 시집이 앞으로도 충분히 나올 것으로 기대마지 않는다.

     습관習慣은 오랫동안 익혀진 어떤 행위가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행동 같은 것이다. 詩語는 주로 좋은 일에 많이 쓰이기보다는 나쁜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굳어 좋지 못한 습관으로 타성에 젖은 행위로 말이다.

     詩는 유연한 말놀이다. 사실, 필자도 시 감상문을 쓰고 있지만, 지난날에 썼던 글이나 단어, 혹은 의미 같은 것이 중복되는 행위는 이 글을 읽는 독자께는 식상食傷하게 보이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물린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여러 번 반복 청취하면 잠이 오는 것과 같다. 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詩人은 한 시집을 내고, 다음 시집을 낼 때까지는 어느 정도 숙성된 기간을 둔다.

     위 는 시제가 습관들이라고 했다. 일종의 제유다. 물론 습관으로 읽어도 꽤 혼돈스러운 가운데 영 틀린 것도 아니다만, 시들, 시들시들한 를 얘기하는 마당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나의 는 타인의 누적으로 새롭게 진화한 글임에는 틀림없고 이러한 는 나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다. 나의 자식과 다름없는 , 그러므로 어디서 또 읽히는지는 몰라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자식을 낳을 것이고 결국, 머무르는 자아와 이곳에서 추방되듯 의미는 전달한다.

     나는 나의 시에게 패배다. 그러므로 시인은 끊임없는 시 생산에 돌입하고 독자는 또 읽고 파헤치며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詩는 역시 앞서 지나간 자들이 남긴 계율이다. 시의 결구에는 나는 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 위에 나를 반복하는 중과 의미가 다르다. 나를 반복하는 것은 독자가 바라보는 처지며 나는 나를 반복하는 것은 主體的 意味. 는 굳은 것이라 하나의 활자체 즉 찍어낸 이 등판은 번복할 수 없는 길이므로 조심성을 가해야 할 것도 맞다.

 

 

     鵲巢

     흐릿한 담배 연기를 날리며 걷고 있었다 허공엔 입김이 날아오르고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며 걸었다

     출출한 한 끼 밥과 한 잔 술을 마시면서도 아버지의 부고에 그 아픔을 함께 했던 하루가 다만 잊히지 않는다고,

     장례의 예를 갖추고 먼 곳에서 돌아온 형은 초췌했다

     피곤이 엄습하여 꽤 잠을 잤다 누가 방문을 열 때까지

     밤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 혼자 걷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부축하며 집에 까지 데려다주었다

     사람들은 비틀비틀 걷기만 했다

     모두 입술이 빗뚫었으며 어눌한 말에 무엇이 무엇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하나둘씩 집에까지 태워주었다

     키 큰 가로수가 지나가고 밤하늘은 별만 불쑥 밝았다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입 꾹 다문 문을 열며 하루의 여장을 풀었을 때 지친 눈만 길었다

     동이 틀 것 같은 시간, 여명의 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안개가 잊었던 이불을 밀치며 깨어난 아픔을 보듬기까지 태양은 온전하게 뜰 거라며 따뜻한 손을 잡았다

     오늘은 동지, 굵고 실한 새알을 입에 넣고 한 해를 곱씹을 것이다

     그릇이 깨끗이 비워질 때까지 국물은 후루루 마실 거라고

     숟가락에 담아 올린 밝은 달을 보며 술 취한 도넛은 더는 잡지 않겠다고 굴곡진 세계를 펴며 틈틈 바닥 길을 뚫고 있었다

     분화구처럼 선명한 달은

                                                                                                         =문 형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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