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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난청 /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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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18-12-26 00:0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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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소염제의 흰 쓰라림, 추운 목양견은 길 밖에서 떨고 목자와 어린 양이 긴 의자에 줄지어 앉아 성탄 노래를 부른다. 구름, 잠자는 액체, 빈방의 장롱과 할머니의 치마가 한 보자기씩 내게 비밀을 풀어놓는다. 어둠과의 사랑이 끝날 때 내겐 통각을 배워야 할 시간이 왔다. 한 포기 풀이, 길게 찢어진 아이의 눈이 대낮을 일으켜 세운다. 내가 세상의 어느 지도 위에도 없었을 때 나는 손가락이 하나 더 많은 장갑을 선물받았다. 조금씩 혀를 내밀며 어둠이 패각을 닮아간다. 구름, 어느 날은 깨진 유리로 허약한 태양을 여러 겹 쌓기도 하고 바람개비가 서풍(西風)을 종려 잎처럼 부풀리는 걸 보기도 하며 내가 가장 안전하게 지워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행복한 난청, 조연호 詩 全文-

 

     鵲巢感想文

     感想文을 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시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詩人는 한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우리말의 근 7, 80%는 한자로 구성한다. 그러니 한자에서 오는 의미와 뉘앙스 그리고 그 시어가 문장과 조합을 이룰 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어떤 묘미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 문장을 보면 구름, 소염제의 흰 쓰라림이다. 소염제消炎劑는 염증을 치료하고 방지하는 약이다. 구름 그러니까 떠도는 생각들, 소염제의 흰 쓰라림은 내 마음을 치료하고 또 어떤 상처에 대한 미연에 대한 방지를 위한 글쓰기(흰 종이).

     추운 목양견은 길 밖에서 떨고 목자와 어린 양이 긴 의자에 줄지어 앉아 성탄 노래를 부른다. 목양견牧羊犬은 목장에서 양을 지키고, 밤이 되면 집으로 몰아가도록 훈련된 개다. 길 밖이라는 말은 이미 지정된 곳 그러니까 그 길의 바깥은 시적 세계관을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을 말한다. 그러니까 길은 가 된다. 그러면 목자와 어린 양은 그 반대쪽이다. 긴 의자에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도 줄지어 쓰여 있는 한 줄 문장과 중첩한다. 성탄 노래를 부르듯 함께 를 논하고 있다. 마치 筆者처럼 말이다.

     구름, 잠자는 액체, 빈방의 장롱과 할머니의 치마가 한 보자기씩 내게 비밀을 풀어놓는다. 이 문장은 좀 더 자세하게 써놓았다. 詩的 要素가 여러 가지다. 구름과 잠자는 액체, 빈방의 장롱과 할머니의 치마가 그 要素며 이는 를 제유한 시어다. 그러니까 를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 볼 수 있음이다.

     어둠과의 사랑이 끝날 때 내겐 통각을 배워야 할 시간이 왔다. 통각이라는 한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내가 볼 때는 통각은 統覺이다. 경험이나 인식을 자기의 의식 속으로 종합하고 통일하는 작용이다. 는 이쪽과 저쪽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를 할 때 쓸 수 있으니까? 마치 거울 속의 세계관은 아무나 그릴 수 없듯이,

     한 포기 풀이, 길게 찢어진 아이의 눈이 대낮을 일으켜 세운다. 이 표현도 참 재밌게 썼다. 한 포기 풀은 를 제유했고 길게 찢어진 아이의 눈도 마찬가지다. 길게 찢어진 것은 마치 하나의 밑줄을 길게 그은 듯 그런 느낌이다. 대낮(밝고 환한 느낌)을 일으켜 세웠다는 것도 참 거창하다. 종이 한 장을 이렇게 크게 비유하다니 말이다. 무릇 詩人이라면 이 정도 뻥은 있어야겠다.

     내가 세상의 어느 지도 위에도 없었을 때 나는 손가락이 하나 더 많은 장갑을 선물 받았다. 여기서 는 아직 詩的 世界觀에 이르지 못한 . 손가락 하나 더 많은 장갑이란 표현도 자세히 살피면 장갑이라는 詩語가 무엇을 감추는 것 또는 무엇을 보호하는 소재다. 손가락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에 보조(참고서나 어떤 지침서 혹은 조언)를 가할 수 있는 어떤 소재를 여기서 언급한다.

     조금씩 혀를 내밀며 어둠이 패각을 닮아간다. 어둠은 자아의 측면이다. 패각은 패각貝殼으로 한마디로 조개껍데기다. 조개껍데기는 고대사회에서는 하나의 화폐로 통용했다. 금융과 관련된 용어는 이 조개 가 꽤 많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는 돈보다는 아무래도 어딘가 딱 붙어가는 그런 이미지가 더 짙다. 조개는 흡착력이 강하니까,

     구름, 어느 날은 깨진 유리로 허약한 태양을 여러 겹 쌓기도 하고 바람개비가 서풍(西風)을 종려 잎처럼 부풀리는 걸 보기도 하며 내가 가장 안전하게 지워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다시 또 구름이다. 깨진 유리와 태양의 관계, 바람개비가 서풍을 종려 잎처럼 부풀리는 걸 봤다는 것은 종려 잎은 상록수 늘 푸른 잎이니 약간의 과장된 어감이 묻어 나 있다. 여기서 서풍은 굳이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좋았을 뻔했다. 서풍은 書風도 있으니 하는 말이다. 는 보는 것과 쓰는 것과의 차이는 꽤 크다. 보는 것은 보는 것이고 쓰는 것은 내면의 어떤 심상을 지워나가는 행위다. 내가 가장 안전하게 지워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는 말은 내 심상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단계를 꿈꾼 것으로 보면 좋겠다. 이 문장은 좀 길지만, 주어 동사를 잘 구분하였다. 도 글이기 때문에 문장다워야겠다.

 

     일단 시적관점에서 풀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단어와 문장은 실상에서 시인이 분명 본 것이고 느낀 것이기에 나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시는 사실 비어鄙語지만 비어秘語며 비어鄙語라고 하지만 결코 비어鄙語가 아닌 고급스러운 글쓰기임에는 분명하다.

 

 

     鵲巢

     긴 바늘이 짧은바늘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하얗게 언 서리가 꼬닥꼬닥 눈꽃으로 피워 섰다 찬물에 흰 밥을 말아 한 술 뜨면서 no women no cry 밥 말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일도 퉁퉁 부은 발도 무릎이 엉겨서 붙지 않은 나비 떼, 여전히 장자는 아직 나비를 붙잡은 채 봉인된 밥솥에 앉아 있으니, 아주 먼 곳으로 가야 하는 바퀴만 여전히 헛돌고 있고 따뜻한 방을 그리며 기척 없는 주걱은 허공만 저었으니까 나비가 밥이 되고 밥이 나비가 될 때 지붕은 더욱 가볍겠지 증기기관차가 달빛을 그리며 산 밑에 와 잠기는데 찬물에 풀었던 흰 밥알이 꼬닥꼬닥 풀리기 시작했다

 

     참 단단하다 못해 이가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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