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운다/허형만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이름을 지운다/허형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9회 작성일 18-12-26 10:24

본문


이름을 지운다/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뵈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시집그늘(시월, 2012

 

 

   세상에는 사람도 많다. 오늘 하루도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사람들과 마주치기 시작한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도 마찬가지다. 버스는 만원이고 지하철도 얼마나 사람들로 넘쳐나는지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고 송곳처럼 뻣뻣이 서있어야만 한다. 일행이 아니라면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장이 되어있다. 친지나 친구, 학교 동문 동창, 사업 거래처, 직장동료,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회 회원 등등...

 

   예전에 수첩을 가지고 다닐 때는 인연의 줄이 끊어진 자리에 따라 까만 줄, 붉은 줄이 쭉쭉 그어져 있었다. 지저분하지만 연말이 돼야 새 수첩을 장만하면서 하나하나 옮겨 적을 수 있었다. 정리를 하면서 그어진 줄의 인연도 한번쯤 되짚어보곤 했는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라고나 할까. 휴대폰 세상인 지금은 한번 삭제를 하고 나면은 다시금 되새겨 볼 추억의 여지도 흔적도 없다.

 

   연이 다한 소용이 없어지면 그때마다 지워서 연말이라고 해서 새삼 지울 사람도 없는데 들여다보면 지울까말까 하다가 그냥 둔 이름이 보인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탯줄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세상에 나오면 이내 그 줄을 잘라야 한다. 필요 없는 줄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필요에 의해 임시로 저장이 되었다가 바로 지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은 오래도록 저장이 되어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살아서 내 이름 지워지지 않기를 원하지만 내가 소용이 없으면 상대방을 지우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내가 무용이 되면 지울 것이다. 다만 필요가 없어서 지워지기를 바랄 뿐 어떤 악연의 끈으로 맺어져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는 사람이 되어 삭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08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32 1 07-07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 0 01:35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12
48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10
486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4-08
48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4-06
48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05
48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