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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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6회 작성일 18-12-27 00:09본문
⋁.
물안개 피어나는 호수에 백조가 날아와요 어린 고니들은 서로 장난치며 동심원처럼 물 위에 꿈을 그리다가 서로 뽐내듯 희고 우아한 날개를 펼쳐 보여요 가끔 물의 깊이라도 재는 듯 부리를 묻은 채 은빛 지느러밀 낚아 올려요 흐르는 물결에 익명의 검은 깃털이 은밀히 떠밀려 와요 고개를 갸우뚱 호수 너머에 누가 사는지,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백조의 호수는 마냥 평화로워요 일순, 호수가 크게 출렁거렸던가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검게 변해요 구름은 해를 가리더니 비바람을 몰고 와요 검은 구름이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세상의 믿었던 진실은 이내깃털처럼 가벼워져요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젖은 날개는 한 점 꽃잎 되어 스러져요.......고요히 어둠의 둥지를 튼 흑조, 마침내 꺼이꺼이 핏빛 울음을 토해요.
-백조의 호수, 조경희 詩 全文-
鵲巢感想文
호수에 자욱하게 내려앉은 물안개를 조심스럽게 거둬요 동심원을 그려내는 어린 고니와 우아하고 아름다운 날개를 고이 접은 백조 보아요 수심을 얘기하듯 탁탁 튀어 오른 은빛 지느러미와 하늘에 콕콕 닿는 그대의 부리는 한 줄 검은 깃털로 이끌어요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에게 한 점 해바라기 같게요 그대의 맑은 물결은 깊고 그늘진 생의 늪에서 벗어나 맑은 햇살로 비춰요 곱게 내리는 그대의 양지에 폭 담근 듯 부들부들 느껴요 호수에 다시 고개 젖혀 살짝 내다보아요 하늘의 기류를 비춰 보이다가도 삽시간에 몰려드는 구름과 안개, 그리고 먼지를 동반한 바람을 보아요 검은 구름은 거울처럼 호수를 검게 물들였지요 더는 해를 가리지 않는 세상의 믿음 그 진실은 깃털처럼 가벼워 사뿐히 안고 싶어요 그러나 물거품처럼 사라질지언정 한 점 꽃잎으로 잠시 머물렀어요 마침내 끄윽끄윽 핏빛 울음은 제 가슴에 남아요
鵲巢의 辯
냄비는 연못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핏물을 빼기 위해 담가놓은 갈비가 물고기가 되어갈 때 냄비는 퉁퉁 불었다
원양어선이 흰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발목 없는 선원 하나가 절뚝거리며 그 높은 선각에서 하역장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어둠이 내리고 물이 졸았을 때 핏물 다 빠진 발목을 본다
몇몇 가족은 굶주렸고 목이 말랐다
파도가 일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 배가 천천히 다가왔다
냄비는 담쟁이덩굴로 엉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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