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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나가다, 지나가지 않는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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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18-12-28 11:02

본문

.

     이 시간이면 모든 그림자들이 뚜벅뚜벅 동쪽으로 걸어가 한꺼번에 떨어져 죽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것을 보고 있으면, 우리 몸에서 끝없이 천사들이 달려나와 지상의 빛 아래서 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나의 시선과 나의 목소리와 거리의 쇼윈도에도 끝없이 나타나는 그들 말입니다.

     오랫동안 생각했죠. 깜빡일 때마다 눈에서 잘려나간 시선이 바람에 돌돌 말리며 풍경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거나, 검은 소떼를 끌고 돌아오는 내 그림자를 맞이하는 밤의 창가에서......목소리는 또 어떻구요. 투명한 나뭇잎처럼 바스라져 흩날리는 목소리에게도 내세가 있을까? , 메아리라면, 그들에게도 구원이 있겠지요.

 

     갑자기 쇼윈도에 불이 들어올 때,

 

     마네킹은 꼭 언젠가 살아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아니, 끝없이 살해되고 있는지도 모르죠. 밤새 사랑했지만,

 

     아침이 오고 또 하루가 저뭅니다. 이 시간이면 서서히 어두워지다가 갑자기 환해지는 거리에서 태어났던 것들이 태어나고 죽었던 것들이 죽는 것을 보곤 합니다. 그러나 내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한꺼번에 깜깜해지는 거리처럼, 사랑하는 순간에 태어난 천사에게만 윤회가 허락될 리는 없으니까요.

 

                                                                                                         -지나가나, 지나가지 않는, 신용목 詩 全文-

 

     鵲巢感想文

     이 시를 읽으면 시인의 역발상적인 사고를 읽을 수 있다. 첫 문장을 곰곰이 생각하면, 이렇다. 이 시간은 지금 이 를 읽는 순간을 말하니까, 언제든 펼치는 그 시간을 말하고 모든 그림자들이 뚜벅뚜벅 동쪽으로 걸어가 한꺼번에 떨어져 죽는다는 얘기, 그러니까 모든 그림자들은 즉 이 텍스트를 말하는 것이며 뚜벅뚜벅 동쪽으로 걸어가는 이유는 이 텍스트를 바라는 독자를 암묵적인 해(태양)에 비유를 둔 것이니 이 를 읽는 순간은 해가 떠 있는 상태다. 해는 동쪽에서 뜨니 그 그림자()는 모두 동쪽으로 걸어가 한꺼번에 죽는 것과 같다. 詩人이 볼 때에는 아름다운 풍경일 수밖에 없다. 사랑을 받는 순간이니까.

     우리 몸에서 끝없이 천사들이 달려 나와 지상의 빛 아래서 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이 문장을 보면, 역시 詩人를 쓰는데 교과서적인 詩集은 한두 권쯤은 펼쳐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몸에서 끝없이 천사들이 달려 나왔다는 이 詩句를 제유한다. 살해되는 것은 읽고 있는 중이거나 필사적인 어떤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깜빡일 때마다 눈에서 잘려나간 시선이 바람에 돌돌 말리며 풍경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거나, 검은 소떼를 끌고 돌아오는 내 그림자를 맞이하는 밤의 창가에서......목소리는 또 어떻구요. 투명한 나뭇잎처럼 바스라져 흩날리는 목소리에게도 내세가 있을까? , 메아리라면, 그들에게도 구원이 있겠지요.’

     이 문장은 좀 길게 끊어 보았다. 눈에서 잘려나간 시선, 풍경 너머로 사라지는 것, 검은 소떼와 내 그림자, 목소리, 투명한 나뭇잎은 모두 를 제유한 시구다. 여기서 밤의 창가는 이 를 읽는 독자를 제유한다.

     갑자기 쇼윈도에 불이 들어올 때, 여기서 쇼윈도는 하나의 진열장이다. 진열장은 詩集을 제유한 것으로 이 속에 든 것은 마네킹 즉 며 이 는 독자와 사랑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끝없이 학대하는 대상물이자 살해용으로 실험용 쥐와 같은 역할뿐이다.

     ‘거리에서 태어났던 것들이 태어나고 죽었던 것들이 죽는 것을 보곤 합니다.’이 문장도 참 재밌게 쓴 詩句. 거리에서 태어났던 것들은 를 읽고 난 후, 의 탄생誕生을 말한다면, 태어나고 죽었던 것들이 죽는 것을 본다는 말은 이미 발표한 가 더 進化된 시를 보는 것과 같다.

     ‘사랑하는 순간에 태어난 천사에게만 윤회가 허락될 리는 없으니까요. 는 사랑만으로는 가 나오진 않는다. 그러니까 읽고 마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분석적이며 해체적인 읽기와 더불어 필사적인 어떤 노력이 있어야 詩 創造에 이르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게끔 이 문장은 이끈다. 윤회는 죽은 것이 예전과 같은 것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物質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다른 어떤 변형적인 가 되려면 사랑하는 순간에 태어난 천사만이 아니라 이 천사를 살해하는 행위까지 가한다면, 는 볼 수 있을 것이다.

 

 

     鵲巢

     둥둥 떠 있는 빙산에 백곰을 본 적 있다 백곰은 실수로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물은 저녁을 끼고도는 안개 같아서 백곰은 단 한 번으로 바다표범을 잡지 않는다

     사실, 크릴새우를 잡으며 유영하는 바다표범이 있다고 쳐도 백곰은 오로지 잠만 잔다

     눈보라가 치고 눈이 펄펄 내리다가

     백곰만 보다가

     잠만 자는

 

     북극은 언제나 따뜻해서 하루가 있고 한 달이 있으며 계절이 지나간다 북극은 따뜻한 기류로 흐르는 빙산에 말똥 같은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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