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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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1회 작성일 18-12-30 02:44본문
파도는 / 오세영
간단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스러짐이 좋은 것이다.
아무 미련 없이
산산이 무너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최후가 좋은 것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흰 포말로 돌아감이 좋은 것이다
그를 위해 소중히 지켜온
지신의 지닌 모든 것들을 후회 없이 갖다 바치는
그 최선이 좋은 것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고고하게 부르짖는 외침이 좋은 것이다
오랜 세월 가슴에 품었던 한마디 말을
확실히 고백할 수있는 그 결단의 순간이 좋은 것이다
아, 간단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거친 대양을 넘어서, 사나운 해협을 넘어서
드디어
해안에 도달하는 그 행적이 좋은 것이다.
스러져 수평으로 돌아가는
그 한생이 좋은 것이다.
* 오세영 :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1968년 <현대문학> 시 <잠 깨는 추상>이
추천 되어 등단, 서울대 국문과 교수,
< 감 상 >
화자는 출렁이며 넘실대는 파도의 생성과 소멸의 모습에서 온갖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해안에 부딪혀 스러짐과 그 최후가 좋고, 흰 포말로 들아감이 좋다
모든 것을 후회 없이 갖다 바치는 최선이 좋고, 고고하게 부르짖는
외침이 좋고, 확실히 고백할 수 있는 결단의 순간이 좋고, 행적이
좋고, 그래서 그 한생이 좋다
그러나 파도는 한생 좋기만 하겠는가?
善이 있으면 惡도 있는 것이다
하늘의 노여움인 듯 휘몰아치는 해일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며 산천
초목도 벌벌 떨게 하는 恐怖 그 자체, 惡魔의 代名詞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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