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자 /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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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2회 작성일 19-01-05 12:35본문
⋁.
어느 날 야윈 눈송이 날리고
그 눈송이에 밀리며 오래 걷다
눈송이마다 노란 무 싹처럼 돋은 외로움으로
주근께 많은 별들이 생겨나
안으로 별빛 오므린 젖꼭지를 가만히 물고 있다
어둠이 그린 환한 그림 위를 걸으며 돌아보면
눈이 내려 만삭이 되는 발자국들이 따라온다
두고 온 것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
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그렇게 걸어 사랑에서 깨어나고
눈송이에 섞여서 날아온 빛 꺼지다, 켜지다
-겨울 여행자, 황학주 詩 全文-
鵲巢感想文
이러다가 얼굴 없는 공인, 공인이 아닌 공인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글들, 어딘가 삐뚠 입으로 수정을 요하는 글까지 표류하고 있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말기, 오늘도 겨울처럼 수양하고 있으니까.
시제 겨울 旅行者를 읽었다. 꼭 필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싶다.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詩를 언제 또 읽겠나 싶다. 펄펄 내리는 눈송이와 눈송이 밟으며 걷는 우리를 본다. 무 싹처럼 돋는 외로움과 별빛에 한 옴큼 뭉근하게 물고 있는 젖꼭지까지, 詩人 이상국 先生의 ‘산그늘’이 생각나는 한 대목이다.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요 한 문장, 장(世界觀), 어머니의 젖(詩)과 산그늘(시인의 깊은 어떤 생각들), 정말이지 통통 젖꼭지 한 입 뭉근하게 물고 싶다.
어둠이라는 詩語가 참 좋다. 내 마음은 환하지가 않으니, 명암을 굳이 낮과 밤의 실제로 보지 않더라도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은 표가 난다. 그것을 환하게 드러내 놓고 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알고 보면 다 욕심이다. 그 욕심을 영 없애지는 못해도 근신의 자세는 있어야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문불출은 말아야지. 시마을에 글 한 편씩 올리며 사는 맛 가져보는 것도 좋고. 그렇게 하루 버티며 살아야지.
이리하여 만삭滿朔이 되면 그 발자국 모조리 모아서 두고 온 곳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 어딘가 받아 줄 수 있다면 미련 없이 던지고 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으니까
너에게로 가는 길은 다름없는 이 길밖에 없으니까 사랑은 그렇게 걸어 사랑에서 깨어나고 눈송이 같은 흰 종이 밟으며 또 조심스럽게 밀어내면서 빛이 되기도 하고 또 그 빛이 꺼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 버텨나가야지.
鵲巢進日錄
멍하니 앉았다 성좌의 국자처럼
엉덩이 하얗게 까놓고 천정만 바라보았다 연필은 축 널어진 채 허공을 저었고 지갑은 왼쪽에 무게를 잡고 있었다 균형과 불균형을 놓고 옹립한 이 다리를 끊을 순 없었다
부패한 폐허의 덩어리가 통 채 떨어질 때 물의 정보는 튀어 오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을 안쪽을 뱀처럼 걸으며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 검은 연기를 밀살한 적 있었다
저것은 빗물에 씻겨 나간 고샅,
산발적으로 퍼붓는 풍경의 분화구에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약봉지에
비질도 하지 않은 채 눈곱 낀 감나무 잎만 녹아들었다
바글거리는 쓰레기 더미와 무너지는 바벨탑에 완강히 거부하는 저 몸짓은 암흑과 소용돌이에서 더 헤어나지 못한 터널임을
과거를 시원히 버리고 간, 별의 조각들
이지러진 자국을 국자로 담아
한동안 다물지 못한 뒷물만 개처럼 먹었다
*변기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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