뢴트겐 사진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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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0회 작성일 19-01-13 00:01본문
⋁.
나 자주자주 까먹어요 슬픔을 고독을 사탕처럼 까먹어요 여러 빛깔의 사탕처럼 여러 빛깔의 사탕을 까먹고도 나 배고파요 나 배고파 어느날은 몰래 사내의 꽃나무 열매를 까먹고선 까무룩 혼절해요 사랑은 혼절이 아니면 혼돈이에요 내가 틀린 걸까요? 나 자주자주 까먹어요 월요일을 예술가를 부엌을 생활을 까먹어요 까먹어도 까먹어도 줄지 않는 고독 까먹어도 까먹어도 돌아오는 계절들 까먹다 까먹다 마침내는 나까지 까먹고 나는 그저 우는 아이의 막대사탕 같은 엄마예요 내가 틀린 걸까요?
-뢴트겐 사진, 안현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人의 詩에 대한 熱情과 姿勢를 볼 수 있는 詩다. 어쩌면 저렇게 까지 까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누워서 침 뱉기 식이다. 모든 일이 詩로 보일 때가 있다. 모두 역으로 보고 모두 내 슬픔과 고독을 좀먹는 사탕이자 암묵적인 열매다. 그 열매를 따먹는 사람은 혼절 아니면 혼돈만 있을 뿐이다. 詩에 沒入은 월요일도 없으며 예술가도 없으며 부엌이나 생활은 더욱 어렵다. 季節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심지어 여름인 것 같다가 가만 보면 겨울인 셈이다. 그렇게 나를 까먹는 것은 詩였으며 그렇게 막대사탕처럼 하루를 행사한 것은 내가 생산한 詩며 나는 그 詩의 엄마다. 내가 틀린 걸까?
분명하다.
鵲巢進日錄
검정 공주와 검정 왕자의 불빛은 서로가 밝았다 저 불빛을 받치는 등이 녹슬었는지는 모른다 그 녹슨 태엽을 꾸역꾸역 감듯이 어린이 대공원 표본실의 나무를 확인하듯 검정 교정의 곳곳 심어놓은 생물이 지나갔다 간이용 의자를 들고 붓까지 걸었다 일과를 밤하늘에 떠 있는 불빛과 마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잔디밭이 약간 누렇기는 했지만 따뜻한 봄날 기운에 닿는 그 촉감은 부드러웠다 하얀 목련은 아직 일렀다 엮은 움집에서 라일락 향기가 났다 좁은 골목길은 아니었지만 보도블록이 혼자 걷기에는 약간 길어 보였다 철 구조물이지 싶은데 벌겋게 녹슬어 있는 모습을 본다 까만 붓의 놀림이 틀림없었다 벌써 버스 타는 곳까지 부풀었다 한 대가 나가고 한 대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수시로 드나드는 입구 쪽으로 빠져나갔다 어디선가 소쩍새의 울음이 들렸다 그 소리 들으며 야구장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또 불빛이 아주 강렬했다 그 불빛 아래 플라타너스의 작은 열매가 마치 야구공만 하게 보였다 조금 더 걸으면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이제는 연잎을 내미는데 그렇게 까칠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보드라웠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 마치 틀을 짜듯이
불빛은 밝았다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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