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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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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말들 /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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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2회 작성일 19-01-14 11:40

본문

.

     오른쪽의 반대편이 사라질 때

     먼 곳에서 나의 뒷모습을 보게 될 때

     회색으로부터 검은빛과 흰빛을 나눌 때

 

     오늘의 반대말은 무슨 요일인가?

     너의 반대말은 누구인가?

     복잡한 예감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하지만 사랑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칼을 만지작거린다면

     밤이 점점 뾰족해진다면

     한 그루의 부드러운 나무가

     아가리를 벌린 채 자라난다면

 

     의자는 책상의 먼 곳에서 타오르고

     기린의 목이 점점 더 길어지고

     나는 왜 조금씩 내가 아닌가?

     누가 내게서 자꾸 왼쪽을 가져가는가?

     내 오른쪽의

     무한한 반대편을

 

                                                                                                        -반대말들, 이장욱 詩 全文-

 

     鵲巢感想文

     不惑의 끝자락을 붙잡고 보니 지천명知天命이 바로 앞이다. 죽음이 더욱 가까웠다는 말이다. 그간 살면서 삶이라는 명제를 두고 고군분투孤軍奮鬪했다면, 나는 정말이지 죽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을까? 삶의 반대말 죽음 말이다. 삶도 죽은 것과 다름없이 그간 보냈다면, 진정 죽음은 무엇인가? 오히려 안식의 삶이 아닐까!

     벌써 친구 아버님 부고장이 날아드는 시기를 맞았다. 한 세대가 접고 다음 세대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30, 참 아득하다. 아득한 세월이 가만 생각하면 순식간에 지나갔다. 생생하다. 엊그제 내가 들었던 음악도 내가 본 고장도 내가 맛본 그 음식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몸은 늙어 그 의미를 찾는 것도 분간이 안 간다.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예전에 못 본 것이 지금에야 볼 수 있는 것은 삶의 철학과 그나마 가져본 혀 짧은 소리만 더, 는 것밖에 없으니, 어쩌면 위안이면 위안이라 할 수 있겠다.

     詩人를 읽어보면 우리는 반대쪽을 어떻게 생각하며 살았을까 하는 어떤 질문과 뉘우침을 선사한다. 오른쪽의 반대편이 사라질 때, 나의 가족 나를 도와주는 사회 여러 회원이 지나간다. 먼 곳에서 나의 뒷모습을 보게 될 때 회색으로부터 검은빛과 흰빛을 나눌 때, 한 사람이 걸어가고 그 걸어간 사람을 먼 뒤쪽에서 바라보면 그대는 진정 그대의 삶에 용기가 있었던가! 뒷사람이 따라갈 수 있는 어떤 족적은 있었던가!

     오늘의 반대말은 무슨 요일인가? 일요일이다. 詩人 하재연 先生이 그랬던가! 先生에서 일요일은 죽음과도 같은 意味를 심었다. 쉬고 있다는 것은 활동하지 않는 것과 같고 활동하지 않는 것은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니 죽음과 같다. 오늘은 늘 깨어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의 반대말은 누구인가? 물론 나겠지. 위와 아래, 윗입술과 아랫입술, 한 그루의 나무와 아가리, 의자와 책상이 다르듯이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가는 詩的 合一內在化가 필요하다. 世界는 요원遙遠하며 어둡지만 영원永遠하다. 밝은 것 빼고 어두운 것, 어두운 것 빼고 밝은 것은 무엇이 소모적이며 희망적인 것인지 또 안식을 위한 제례와 영면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까 복잡한 예감豫感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말이다.

     하지만 사랑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칼을 만지작거린다면 밤이 점점 뾰족해진다면 한 그루의 부드러운 나무가 아가리를 벌린 채 자라난다면, 그것은 詩的 世界. 靈的存在. 자아를 깎고 첨예한 문장을 이루는 것은 그 영혼의 안식으로서 새로운 삶을 강구하는 것이겠다. 희망을 노래하며 내일을 기대하는 삶의 열정이 묻어 있음이다.

     그러므로 기린의 목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과 같이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분명히 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빛으로부터 검은빛과 흰빛을 가르는 왼쪽 세계를 정립하는 것이겠다. 世界는 내 오른쪽의 무한한 반대편이라는 것을 알아야겠다. 삶은 좌우 대립과 안정을 취할 때 훨씬 복됨을 알아야겠다.

 

 

     鵲巢進日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리는 탁자에 앉혔다 7,8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서재는 빽빽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닿을 수 없는 시간 속에 만질 수 없는 공간이 순간 생겼다가 사라졌다 우리는 점점 과거로 돌아갔고 대추차는 뜨거웠다 조금씩 사라지는 대추차와 조금씩 늘어나는 허무가 계단을 만들고 그 계단을 내려가면 웃고 있는 여자 둘이 마주 앉아 있었다 좀 더 내려가면 덤덤한 남자가 서로 얘기하고 있다가 함께 계단을 탄다 한 사람은 탁자에서 멀어지고 한 사람은 제자리에 묶여 있었다 모서리를 돌아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훨훨 날리는 눈송이가 있고 붉게 핀 노을이 흔들렸다 붉게 만들 수 없었던 대추차 한 잔이 하늘 위로 오르고 있었다 그 어둠의 한잔이 밤새 가마솥에서 폭폭 졸이기만 했다 밑동이 새카맣도록

     *대추차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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