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씻던 손 / 장석남, 눈물 / 박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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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6회 작성일 19-01-16 00:00본문
⋁.
한밤
물미역 씻는 소리는
어느 푸른 동공(瞳孔)을 돌아 나온 메아리 같네
간장에 설탕을 넣고 젓는 소리는 또
그 메아리를 따라 나온 젖먹이 같네
한밤에 찬장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아는가?
밥 위에 내려앉는 백열등 불빛을 아는가?
울음 세 개 간직한
물미역 씻던 손
-물미역 씻던 손, 장석남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가 참 간결하지만, 읽는 맛이 있다. 구조가 참하다. 물미역을 씻는 가운데 이리 詩 한 수 건졌다.
물미역 씻는 소리는 자아의 경험이다. 경험이 없고서야 글 한 편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 물미역을 씻는 것도 물미역 같은 미끄덩한 詩 한 수 읽는 것도 소리긴 소리다. 어느 푸른 동공을 돌아 나온 메아리다. 여기서 나온다는 말은 어느 탁 막힌 공간에서 어떤 뚫는 작용이 숨어 있다. 밑에 따라 나온다는 표현도 그렇다. 詩를 읽고 깨치는 마음이다. 간장에 설탕을 넣고 젓는 소리는 詩的 合一化다. 작용이다. 젖먹이 같다는 말에 전에 詩人 이상국 先生의 문장이 스쳐 지나간다.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젖먹이는 아직 문장에 대한 미숙한 내적 상황을 묘사할 뿐이다.
한밤에 천장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아는가? 한밤이라는 분위기와 밤의 아득함 그리고 그 깜깜한 속에서 천장이 열렸다가 그러니까 머리가 열렸다가 닫는 그 순간은 깨달음이다. 반짝 빛을 보는 순간은 약 3분 정도다. 어느 詩人이 말한 것처럼 얼린 물체를 해동하는 데 필요한 그 짤막한 것, 그것이 오징어가 되었든 돼지고기가 되었든 일단, 풀고 봐야 한다.
밥 위에 내려앉는 백열등 불빛을 아는가? 밥이라는 색감도 밥의 기능도 좋지만, 백열등의 그 높은 위치에서 바라본 열정과 기질 또 거기서 나오는 불빛 같은 눈빛이 없다면 詩를 제대로 읽을 순 없겠다.
울음 세 개 간직한, 벌써 3연을 나눈 詩 한 수가 물미역 씻으며 건져 올린 것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음 시를 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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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칼에 그린 말
손 위에 손을 겹쳐요
그림자는 커튼처럼 드리워요
모두가 잠든 방안에서
뿌리처럼 깊어지며
말로는 말할 수 없는
대화를 나눴어요
-눈물, 박시하 詩 全文-
詩 문장이 길다고 풍부한 상상력을 띄우는 것도 아니다. 이 詩는 아주 간결한 문장으로 어쩌면 탐미적이라면 꽤 탐미적이면서도 詩的交感을 묘사한다. 어찌 더 설명할 수 없는 뉘앙스가 있다. 칼에 대한 느낌과 의미, 더나가 형태까지 생각한다면 푸른 하늘에 망치겠다. 손의 그 따스함과 그 위에 살포시 얹는 손의 느낌으로 이 따뜻한 시를 읽고 있다. 모두가 잠들었다. 오직 하나의 방에서 뿌리가 깊숙이 젖는 사고는 말로는 말할 수 없는 대화, 바로 그것이다.
한밤 물미역 씻던 푸른 칼에 띄운 손까지 걸어보았다. 울음과 왜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그 교감을 잠시 보았다.
鵲巢進日錄
뜨거운 난로 위에 얹은
고구마가 노릇노릇 익어간다
차고 여리고 가냘픈 손으로 다시 돌려 눕히는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가 뽈 뽈 오른다
김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 하나가
껍질을 벗고 노란 살덩이로 돌아 설 때
차고 여리고 가냘픈 손으로 뜨거울까 봐
신문으로 돌돌 말아 건넬 때
하얀 이 들어내며 호호 불면서
자꾸 골목으로 숨어 들어가는
*군고구마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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