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전 / 김사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극락전 / 김사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3회 작성일 19-01-17 10:58

본문

.

     처마 밑에 쪼그려

     소나기 긋는다.

 

     들어와 노다 가라

     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

     얄궂게 눈웃음을 쳐쌓지만

     안 본 척하기로 한다.

     빗방울에 간들거리는 봉숭아 가는 모가지만 한사코 본다.

 

     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

     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

     옛적 사람 그이의 머릿수건을 생각한다.

     부연 빗줄기 너머

     젊던 그이.

 

                                                                                               -극락전, 김사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 한 수 읽다가 웃음을 터뜨려 본 일도 간혹 있다.

     시제 극락전은 아미타불을 본존本尊으로 모신 법당을 말한다. 여기서는 문장 자체가 본존이 된 셈인데 문장 곳곳 살피면 불교적인 색채와 어떤 노장 사장의 냄새도 영 없지는 않아 보인다.

     처마 밑에 쪼그려 소나기 긋는 것은 하늘에다가 밑줄을 긋는 것과 같은 시적 묘사다. 물론 자아가 아닌, 하늘과 신의 행위다. 비를 다스리는 건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중요한 일인 것처럼 묘사해 놓은 것도 참 웃긴 표현이다.

     들어와 노다 가라, 무슨 혀 짧은 소리 같다. 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 얄궂게 눈웃음을 쳤다는 것도 의인화지만, 자아의 마음을 대신해 놓았다.

     안 본 척하기로 하고, 다만 빗방울에 간당 거리는 봉숭아 꽃잎만 한사코 보는 자아다. 그 붉은 꽃물이 뭐라고 이리 오래 앉아 있었을까!

     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 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 옛 적 사람도 금시 잊어버렸다. 옛적은 방금 지나간 시간도 옛적이나 다름없고 머릿수건 같은 흰 낯짝만 씻을 생각만 하니,

     부연 빗줄기 너머 젊던 그이, 하늘의 을 꿰뚫고 마는 詩人 1분 전도 바로 지금보다는 젊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금시 늙었다가 죽음과 탄생의 奇妙情趣.

 

 

     鵲巢進日錄

     검정 앞치마가 내 입술을 뽑아 탁자에 올려놓는다.

 

     안개 자욱한 커피 한 잔

 

     지렁이가 흑룡으로 가라앉고 마른 연잎이 따뜻한 보자기가 되었을 때

     카페 불빛은 낯 뜨거웠다.


     불빛은 사라지고 어느 호수에 잠겼다.

 

     어느 끈 없는 가방이 바위에 앉아 눈알을 낚는다.

     *커피 / 鵲巢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47 1 07-07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4-12
48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4-10
486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4-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