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전 / 김사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극락전 / 김사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2회 작성일 19-01-17 10:58

본문

.

     처마 밑에 쪼그려

     소나기 긋는다.

 

     들어와 노다 가라

     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

     얄궂게 눈웃음을 쳐쌓지만

     안 본 척하기로 한다.

     빗방울에 간들거리는 봉숭아 가는 모가지만 한사코 본다.

 

     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

     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

     옛적 사람 그이의 머릿수건을 생각한다.

     부연 빗줄기 너머

     젊던 그이.

 

                                                                                               -극락전, 김사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 한 수 읽다가 웃음을 터뜨려 본 일도 간혹 있다.

     시제 극락전은 아미타불을 본존本尊으로 모신 법당을 말한다. 여기서는 문장 자체가 본존이 된 셈인데 문장 곳곳 살피면 불교적인 색채와 어떤 노장 사장의 냄새도 영 없지는 않아 보인다.

     처마 밑에 쪼그려 소나기 긋는 것은 하늘에다가 밑줄을 긋는 것과 같은 시적 묘사다. 물론 자아가 아닌, 하늘과 신의 행위다. 비를 다스리는 건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중요한 일인 것처럼 묘사해 놓은 것도 참 웃긴 표현이다.

     들어와 노다 가라, 무슨 혀 짧은 소리 같다. 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 얄궂게 눈웃음을 쳤다는 것도 의인화지만, 자아의 마음을 대신해 놓았다.

     안 본 척하기로 하고, 다만 빗방울에 간당 거리는 봉숭아 꽃잎만 한사코 보는 자아다. 그 붉은 꽃물이 뭐라고 이리 오래 앉아 있었을까!

     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 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 옛 적 사람도 금시 잊어버렸다. 옛적은 방금 지나간 시간도 옛적이나 다름없고 머릿수건 같은 흰 낯짝만 씻을 생각만 하니,

     부연 빗줄기 너머 젊던 그이, 하늘의 을 꿰뚫고 마는 詩人 1분 전도 바로 지금보다는 젊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금시 늙었다가 죽음과 탄생의 奇妙情趣.

 

 

     鵲巢進日錄

     검정 앞치마가 내 입술을 뽑아 탁자에 올려놓는다.

 

     안개 자욱한 커피 한 잔

 

     지렁이가 흑룡으로 가라앉고 마른 연잎이 따뜻한 보자기가 되었을 때

     카페 불빛은 낯 뜨거웠다.


     불빛은 사라지고 어느 호수에 잠겼다.

 

     어느 끈 없는 가방이 바위에 앉아 눈알을 낚는다.

     *커피 / 鵲巢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1건 5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1 0 01-17
4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0 11-02
4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9-02
4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9-09
4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9-15
4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9-25
4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10-11
4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4-04
4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10
4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5-29
4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 04-27
4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7 0 06-12
4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0 12-13
4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4 0 12-24
4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7 0 01-02
4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9 0 01-11
4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5 0 01-19
4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6 0 01-27
4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3 0 02-04
4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0 02-12
4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1 0 02-20
4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6 0 02-25
4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03-02
4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8 0 03-08
4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5 0 05-09
4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4 0 05-23
4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9 0 06-03
4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6 0 06-24
4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0 10-07
4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5 0 08-16
4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09-04
4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2 0 09-26
4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0 10-23
4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4 0 11-01
4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0 11-15
4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0 11-24
4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0 11-30
4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7 0 12-08
4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6 0 12-17
4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 0 12-24
4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2 0 12-31
4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8 0 01-09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3 0 01-17
4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05-23
4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9-02
4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9-10
4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9-16
4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9-27
4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10-11
4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4-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