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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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4회 작성일 19-01-18 00:04본문
⋁.
검붉은 흙길 위에 잎사귀 하나
어찌나 노랗던지 긴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
이곳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별빛처럼
그 한잎 내가 못 보았더라도
거기서 혼자 노랗게 빛났을 것이다
엄마, 난 몇 살 때 4월이었어?
묻는 아이처럼
이번 4월에도 작년 4월도 4월이 아니고
아득한 곳에 4월이 있었다는 듯
검붉은 흙길 위에 잎사귀 하나
내가 이해하지 못할 향기를 저어
멀리멀리 가고 있었다
-표현, 최정례 詩 全文-
鵲巢感想文
이 詩를 읽으니 4월이 얼마나 아득한가! 느낄 정도다. 4월, 아마 筆者는 죽는 그날까지 4월, 사월이 아닐까 어쩌면 죽을 때까지 4월이었으면 하는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봄은 봄으로서 만족한 것으로, 한 생애에 봄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을 마치는 것보다는 스스로 보는 것으로 오히려 더 흡족한 생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미처 해보았다.
여기서 4월은 존재의 인식 부재다. 누구나 4월은 있었지만, 소통에 여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소통에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4월이 그 소통의 의미를 못 느꼈다면 내나 4월은 아득한 것으로 묻히고 마는 일이다.
한때 필자는 ‘커피 향 노트’라는 에세이집을 낸 적 있다. 나에게는 한때 4월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걸려온 전화도 있었지만, 직접 찾아오시어 상담한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잘 쓴 책은 아니었지만, 나의 참된 모습을 그대로 실어 냈다. 조금도 꾸밈이 없는 책이었다. 책을 소비하는 독자와의 만남은 작가로서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엄마, 난 몇 살 때 4월이었어? 묻는 아이처럼 시간은 자꾸 가는데 나이 쉰이 넘고 예순이 넘고 팔순과 미수가 되도록 4월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 마냥 봄처럼 흐른 사람들, 노을이 하늘에 짝 깔렸을 때 이건 아니야 라고 외치는 사람들 검붉은 흙길 위에 잎사귀 하나 멀리멀리 가고 있을 때,
정작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말이지 검붉은 흙길에 보잘 것 없는 잡초라지만, 내가 했던 일과 내가 썼던 글이 누구에게는 봄처럼 닿아서 4월이 4월로 잇고 그 4월을 올곧게 마감하며 풍성한 가을로 이어질 때 진정 삶은 보람된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鵲巢進日錄
지금 너는 나를 보고 있어, 마냥 한때 꿈인 것처럼 지금 흐르는 이 강물이 바다에 이르면 모두 증발할 거야 그때까지 조금 시간은 있겠지 3분, 아니 30분이 되었든 그건 나의 영원한 시간이고 너는 점차 해방이 되겠지 아니면 감옥에 있든가 인상 쓰지 마! 부드러운 손길이잖아 흔적을 지우는 건 악몽일 거야 바깥을 척살하는 일도 아예 불태워버렸던 네 꼽추까지 어쩌면 네 꿈을 위해 태어난 것뿐이라고 위안했지 소통이 안 되는 건 현실과 깨뜨릴 수 없는 벽이 나를 에웠기 때문이잖아! 더는 빨지 마 됐어 구부릴 수 없었던 새벽은 결국 퉁퉁 불었잖아 육교는 곧 무너지겠어 오롯한 무덤은 그 어떤 치욕도 덮을 순 없었으니까 아 아프다니까 이 찢어놓는 고통에서 너는 웃고 있지 햇볕이 너무 강해 너무 깊어 이미 죽은 친구들이 흐르고 있잖아 이제는 가야겠어 곧 꽃 삼월이야 이미 피었으니까
꽃 삼월에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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