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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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6회 작성일 19-01-20 01:43본문
개 / 조동범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터진 배를 펼쳐놓고도 개의 머리는 건너려 했던 길의 저편을 향하고 있다. 붉게 걸린
신호등이 개의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로운 오후, 부풀어 오른 개의 동공 위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나비를 담은 개의 눈동자는 이승의 마지막 모퉁이를 더듬고 있다.
개의 눈 속으로 건너려고 했던 저 편, 막다른 골목의 끝이 담긴다. 개는 마지막 힘을 다
해 눈을 감는다. 골목의 끝이, 개의 눈 속으로 사라진다. 출렁이는 어둠 속으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납작하게 사라지는 개의 죽음 속으로
* 조동범 : 1970년 경기 안양 출생, 2002년 <문학동네>로 등단, 2013년 제4회 김춘수 시문학상,
2015년 제8회 미네르바 작품상, 2016년 제12회 딩아돌하 작품상, 동년 제9회 청마
문학 연구상 수상
< 감 상 >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건너려 했던 건너편 골목에는 무엇이 있었길레 개는 건너려 했을까?
건려 했던 저 편 골목 쓰레기통에는 아마도 개로서는 놓칠 수 없는 흑진주 같은 보물들이
담겨 있었으리라
개의 죽음을 애도 하는 듯 물결 나비 한 마리 날아 들고, 마지막 동공 속에는 건너편 마지막
풍경이 스르르 사라지는데,
묘사 없는 진술만으로 이루어진 산문시지만 만들어낸 이미지는 독자의 마음을 한껏 휘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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