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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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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4회 작성일 19-01-21 00:05

본문

.

     번개 친다, 끊어진 길 보인다

 

     당신에게 곧장 이어진 길은 없다

     그것이 하늘의 입장이라는 듯

 

     번개 친다, 길들이 쏟아내는 눈물 보인다

 

     나의 각도의 팔꿈치

     당신의 기울기와 무릎

     당신과 나의 장례를 생각하는 밤

 

     번개 친다, 나는 여전히 내가 아프다

     천둥 친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아프다

 

     번개 친 후 천둥소리엔

 

     사람이 살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김선우 詩 全文-

 

 

     鵲巢感想文

     나는 어떤 기록을 남길까! 한 그루의 나무보다 숲이 오래가고 뭉뚱그려 숲이라는 사실이 있었다는 것 그 숲에서 따뜻한 깃털과 발굽이 있었다는 것 아마 수천 년이 지났을 때 기억할 수만 있다면 그 숲은 진정 성공이겠다. 그러나 향후, 100년도 장담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언어의 통폐합은 점차 지역성을 탈피하고 세계는 좁고 하나로 만들어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족과 문화 그 고유한 특성과 기질은 남아 암호처럼 둥둥 떠다닐 물고기를 우리는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기록을 남길 것인가? 누구를 위한 글쓰기를 할 것인가? 그 누구보다도 자아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본다. 내 마음을 이해하는 이, 이 세상에 나 말고 또 있을까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둥과 그 그림자를 묘사하는 것만큼 어쩌면 즐거운 것도 없을 것이며 더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은 하나의 기둥을 보고 분분 나뉠 것이다. 올곧게 서는 그 기둥을 바라보면서

     시는 부부싸움을 묘사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조직에서의 암투가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시로 본다는 것, 여기서 번개와 천둥은 시 인식을 위한 시적 장치다.

     나와 당신의 차이는 어느 하나의 길을 두고 이견만 갖는 각도와 쉽게 수락하기에는 어려운 관절만 있을 뿐, 여기에 당신의 삐딱한 마음과 더 펼 수 없는 성질까지 생각 안 할 수는 없는 밤이다. 여기서 당신과 나의 장례를 생각하는 밤이라 했는데 장례는 장래의 소리 은유로 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번개 친 후 천둥소리엔 사람이 살지 않아서 좋았다고 하는 것도 시의 특성을 아주 잘 살려놓은 표현이다. 우리의 표현은 흑장미처럼 지나가더라도 언제 깨일지 모르는 현실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번개 친 후 천둥소리엔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처럼

 

 

     鵲巢進日錄

     전광판 없는 초원을 거닐었다 어두웠다 비가 촉촉 내려 잔디밭은 초록초록 빛나 보였다 무거웠던 일과는 점점 가벼워지고 탁한 눈빛은 깨어나 그간 쌓았던 비만은 깎아내렸으면 했다

     트랙은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여덟, 그 라인은 완전한 리듬의 상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 따라 걸었다 무르팍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가벼운 율동으로 알맞게 숨을 내뱉으면서 앞사람 따라 걸었다

     트랙을 계속 돌다 보면 안쪽도 바깥쪽도 어느 집 개가 싸놓은 개똥도 보일 때가 있다 분명 두 동가리였다 두 번째 원을 그릴 때는 스친 것이 세 번째는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네 번째쯤 다시 그 개똥을 보았을 때는 뭉툭한 고사리를 확 잡고 말았다

     전광판 없는 깜깜한 밤에 별빛만 꽤 밝았다 컴퍼스가 물풍선처럼 탱탱했을 때 더는 라인을 그릴 수는 없었다 잠시 이 무질서한 세계를 잊고 벤치에 가 앉아 쉬었다 별빛이 꽤 아름다웠다

     *트랙을 돌다가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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