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대 갈대 밭 / 안상학 > 내가 읽은 시

선어대 갈대 밭 / 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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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한사코 동으로 누워 있다

겨우내 서풍이 불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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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저건

동으로 가는 바람 더러

같이 가자고 같이 가자고

갈대가 머리 풀고 매달린 상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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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저건

바람이 한사코 같이 가자고 손목을 끌어도

갈대가 제 뿌리 놓지 못한 채

뿌리치고 뿌리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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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게도

입춘 바람 다시 불어

누운 갈대를 더 누이고 있다

아니다 저건

갈대의 등을 다독이며 떠나가는 바람이다

아니다 저건

어여 가라고 어여 가라고

갈대가 바람의 등을 떠미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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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학 :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2015년 제15회 고산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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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상 >

옛 부터 타 민족의 침략을 많이 받은 우리 민족으로서는 이별의 아픔과 서러움의

정서가 운명처럼 가슴 깊이 새겨저 있다

화자도 바람과 갈대의 자연적 현상을 민족의 아픈 운명의 한 장면으로 묘사하는데

특히, 서로 위로하며 다독여 주는 애절한 모습이 독자의 마음을 더 감동 시킨다

- 아니다 저건 / 갈대의 등을 다독이며 떠나가는 바람이다

- 아니다 저건 / 어여 가라고 어여 가라고 / 갈대가 바람의 등을 떠미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