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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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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핑 / 김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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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13회 작성일 19-01-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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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핑

김철식



해 저무는 저녁이면
강변 송신탑 꼭대기에 오르곤 하지
바람을 거슬러 비껴 오르면
굽이치는 저 강물의 진짜 거처가 어딘지 알 수 있지
허공의 한기(寒氣)도 건드리지 못하는
그리움의 정체도 만져지지
더 높은 곳이 도심으로 많이도 내려다보이지만
여기는 정상, 거미처럼 착 달라붙어
내 몰락의 정상을 소리 높여 노래할 수 있지
들어주는 이 누구 없고
분주한 세상 풍경은 아득히 멀고
혼자일 때 파탄의 신호는 더욱 감미로워
귀만 가만 열어두고
저 격세(隔世)의 송신음을 좇아 무한의 아래로 내려가지
전율에 떨면서
사랑이라는 혼선(混線)의 물바람을 가르면서
몸 구석구석에서 타락을 꿈꾸는 섬모들이 길을 내주지
잊혀지지 않는 저녁의 어두운 시간들은 언제나
탑의 철침으로 먼저 와 꽂히고
순간의 몰핑으로 아우성치며 절정에 오르지
밀어내도 밀쳐지지 않고
배척해도 굴복하지 않는
시간의 고압선을 타고 종생(終生)을 향해 치닫지
아, 그러면
그제야 환히 보이는 것
일몰의 흔적들 뒤로 간절히 내게 구애하는 것
기억이 형질 변화를 일으키며 내지르는 환희
비루한, 너무나 비겁한


김철식
1967년 경남 사량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1996년 계간 <문학동네>에 「돌 줍는 여자」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기억의 청동숲』.


【감상】
의식의 해발 고도에 따라 눈부신 감각을 보여준다. 시간의 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저물녘에나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강변을 산책하다가 절벽타기나 바람 꼭대기로 '거슬러 비껴' 오른다면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것들의 정체를 감각할 수 있다. 해발 고도 2m 이내로 걷다가 시야를 백 배로 들어 올리면, '굽이치는' 시간의 거처를 확인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으로의 변조가 정상을 탐지하는 것이라면 예후는 '몰락'이다. 그렇게 '파탄의 신호'는 높다랗게 전송된다. '거미'처럼 올라 '개미'를 인식하는 세계는 시간의 한기(寒氣)일 뿐이고, 꼭대기에 걸어둘 수 있는 것은 '귀' 밖에 없다. 눈으로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시각의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이다. 하루가 저물 때 시간이 핏빛인 이유이기도 하다. 꼭대기에 이르러서야 듣는 것은 '격세의 송신음'이며 '전율'이며 '혼선의 물바람' 그리고 '타락을 꿈꾸는 섬모들'이다. 저녁은 '철침'으로 꽂히고 '종생(終生)'으로 치닫고 있으니 '기억의 형질 변화'였던 환희는 '비루한, 너무 비겁한' 것들이었다. '시간의 고압선'은 일몰과 몰락 사이를 당긴다. 시인이 시간을 디졸브(Dissolve) 하는 방식이 처절하다. 반성과 성찰의 고도가 높기 때문에 그러하다.

ㅡ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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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님 시마을 오래간만임다. ㅎ^^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저도 이 영화 봤심더 ㅎ
감상 끝내줍니다요......몰핑
탑의 철침에 꽂히다 갑니다
언제 또 함 내려오이소 소주 거하게 한 잔 했으면 좋겠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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