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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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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사람 / 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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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19-01-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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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김안



당신이라는 육식에만 힘쓸 것이다.
입 앞에 놓인 말(言)들만 게걸스럽게 먹을 것이다.
하면
나는 이타적인 사람입니다.
음절을 늘리듯
혀를 늘려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개구리처럼
입이라는 장애를 포기하였다.
하면,
나는 유능한 사람이겠지요.
그래서 내 울음의 몽리면적은 허락될 리 없습니다.
사람,
저녁이 오면 퇴근을 하고, 퇴근을 하면 취합니다.
취하면 당신이 내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이 손은 잡자마자 폐허입니다. 몸이라는 테두리도 사라지겠지요.
왜 사람이어야 합니까,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든 것이.
왜 군중들은 범죄자에게
네가 사람새끼냐,
라고 외칩니까, 언제 한 번 사람인 적이 있었다는 듯이.
그들을 향해
노동하는 시체,
라고 말한 이는 아직 살아 있습니까?
이곳에서 만족하려면 쥐새끼보다 더 쥐새끼가 되어야 하지,
라고 말한 이는 쥐새끼입니까?
아직도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을 묻지 못하고
나는
다리 사이
포낭 속 모든 씨에
검정 꼬리가 생길 때까지
지위하고 확인할 뿐입니다.
가장 소란스럽고 가장 사나운 평화 속에
강은 썩은 모액(母液)으로 가득하고
나의 병은 더 이상
자라나질 않습니다.



김안 시집 ,『미제레레』(문예중앙, 2014년)

【감상】

한 사람을 보내고 먼 산으로 가서 극락왕생을 빌었다. 절벽 언저리에 오도카니 앉은 사(寺)는 말(言)을 짓지 않아도 고즈넉한 시(詩)처럼 보였다. 산맥의 샅으로 강이 흐르고 안개가 자욱하고 첩첩산중은 사람의 바깥에 있었다.
산과 강과 구름과 나무는 무슨 입으로 중얼거리나, 코끼리가 저들끼리 속삭이듯 모르는 소리로 저들만의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지 모른다.
시를 생각하거나 읽거나 적어보기도 하는 것은 도적질과도 달라서 훔쳐 오는 것이 아니라 가만가만 어딘가로 흘러가는, 주파수가 달라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겠거니 한다. 어쩌면 언어가 흘리는 감수성의 몽리면적을 넓히며 조금씩 잠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배부르고 등 따시고 이 고개 저 능선 다 넘으면 드디어 시일까, 장신구 하나 차듯 시가 온다면 그 똥시를 어떻게 마실 것인가.
시를 쓰려 하면 뼛속으로 동통(疼痛)이 느껴진다. 시 구경꾼으로 살아도 넉넉하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오래 서 있는 석상처럼 돌눈을 뜨고 멀리 본다. 나는 사람을 쓰는 일이 버겁다. 나조차 모르겠는데 그 언어적 동물의 기이한 감수성을 어찌 알겠는가.
시를 버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잘살 것 같은데, 그 잘살 것 같다는 마음도 티끌일 뿐이고 먼지일 뿐이겠는데, 유령처럼 배회하는 시는, 그 시체는 어쩌란 말.
절간 해우소는 밑으로는 지독을, 전망으로는 뚝심 좋은 산하를 멀리 보여주었다. 출렁출렁 흘러가는 산맥과 강이 사람을 기르고 또 사람을 묻을 것이다.
겹겹이 너울대는 산맥 속에 숨결 하나 고이 묻고 왔다.

ㅡ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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