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감옥 / 윤희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의 감옥 / 윤희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1회 작성일 19-01-28 09:13

본문

말의 감옥

윤희상


혀끝으로 총의 방아쇠를 당겨 혀를 쏘았다
쏟아지는 것은 말이 아니라, 피였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안에서 자라는 말을 베어 물었다
그렇더라도,
생각은 말로 했다

저것은 나무
저것은 슬픔
저것은 장미
저것은 이별
저것은 난초

끝내는 말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다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을 가지고 실컷 떠들고 놀 것을 그랬다

꽃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향을 피울 것을 그랬다

온종일 말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못했다

아무도 몰래, 불어가는 바람 속에
말을 섞을 것을 그랬다


【감상】

첫울음이 그렇듯 말은 호흡이다. 그것은 몸에서 불이 난 것(발화)이며 생각의 누수이다. 말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말문이 트이고 시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내 그 말문에 갇히고 말의 지옥에서 수형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발언은 언제나 무겁다.
말은 총을 겨누는 것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말)이 날아간다. 그러므로 그 말은 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 닿는다. 그래서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말을 제어하려 하지만, 생각을 박차고 말이 앞설 때가 있다. 혀는 자꾸 굴려지고 총알을 구워낸다. 이빨이 혀를 누르는 자제도 결국은 발설을 이기지 못한다. 혀는 생각을 굴리고 버무려서 생각의 근사치를 총알로 만든다.
'저것'이라는 막연한 대상은 언중들의 약속일 뿐이다. 관념이든 실체든 '저것'으로 뭉뚱그려진다. 언어는 외피일 뿐 실체는 아니다. 헛말을 약속이라 믿는 것이 사물에 대한 예의이다. 그렇게 이름을 불러줄 뿐이다.
"끝내는 말로부터 달아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실컷 떠들고 놀 것"이 당연해진다. 어쩔 수 없는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일 것이므로 언어 사냥터에서 총을 쏘고 공격하고 방어하고 다시 휴전하고 그리하여 유희적 인간,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언어는 지적 유희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묽은 총알이 심장에 닿으면 다시 빠르게 피를 돌리기도 하고 박동을 조절하기도 한다.
시는 말을 수단으로 하지만 말에 갇히고 또 말에서 놓아주고자 한다. 말을 섞으면 자아가 출옥하거나 또 다른 감옥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의 감옥에서 부단히 탈출을 시도하는 빠삐용들이다.
사람이 죽을 때 우선은 말문(호흡)이 닫힌다. 그러나 가장 늦게 죽는 귀는 소리를 기울인다. 말의 최후는 듣는 것, 혹은 읽는 것이다. "아무도 몰래" 하는 혼잣말, 그 중얼거림이 시일지 모른다. 바람이나 엿듣고 가는.


- 활연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36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70 0 07-07
183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 0 07:58
18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8-16
183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8-13
18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8-12
18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8-12
18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8-10
182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8-07
18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8-05
18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8-04
18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8-01
18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7-30
182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7-30
18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7-29
18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7-29
182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7-26
182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7-23
18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7-22
181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7-20
181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7-17
18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07-15
181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7-14
181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7-11
181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 07-08
18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7-05
181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7-02
181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7-02
1809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2 07-01
18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7-01
18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6-29
180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6-28
180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6-27
18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6-26
180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6-24
180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6-24
180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6-23
1800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06-22
179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6-20
179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06-17
17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6-17
179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0 06-13
179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06-10
17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6-10
179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6-07
179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1 06-04
17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 06-03
17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6-01
178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05-29
17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5-29
178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05-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