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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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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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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1회 작성일 19-02-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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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 향호 김진수

     - 달밤*

 

 

     그제, 내가 본 당나귀는 흰 부리망을 쓰고 활짝 핀 장미를 지고 있었다. 흰 부리망 속에 쫑알거리는 입술과 코, 장미보다 붉은 잇몸, 노란 장미 꽃잎 허기진 이빨을 감춘. 그렁한 눈망울, 그 긴 속눈썹 사이로 뜬 초승달이 전하는 말, 아무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붉게, 붉게 덧칠된 속내마저 덮어지고, 꽃을 지고 온 날 밤은 어김없이 신열을 앓았다. 살갗에 가시가 돋았다. 가시는 자라 심장을 꿰뚫었다. 피 흘리는, 끝내 오지 않는 새벽, 머리에 꽂은 꽃이 뛴다. 꽃 한 송이 물고 다시 일어난 당나귀가 뛴다. 흰 이빨 드러내는 꽃샘추위, 눈 비비는, 막 벙그는 꽃잎에 소금을 뿌려도 봄은 봄이다. 이렇게, 이토록 눈부신

 

    * 사석원의 캔버스 유채(80.3 x 116.8)

 

 

     한 때 젊음을 보냈던 시절은 흰 부리망 같은 세계관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당나귀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무작정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나귀가 지고 있었던 책임감, 장래를 위해 달려야 했던 여로는 한 더미의 장미처럼 우리는 기억으로 남는다. 詩人은 그 기억에 대한 추억을 기리며 畵家 사석원의 화폭을 빌려 얘기한다.

     畵家 사석원의 그림을 보면 당나귀는 붉은 장미를 가득 지고 있다. 입술과 코는 흰 부리망에 가려지고 눈망울은 또롱또롱 하다. 배경은 별빛 빛나는 밤이며 낫 같은 초승달이 당나귀를 바라보고 있다. 비록 넓지는 않지만, 새카만 대지를 네 다리로 짚고 앞만 바라본다.

     이 수많은 장미를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가시에 찔렸을까! 그 가시는 또 내 가슴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당나귀의 두 눈망울은 암묵적으로 대변하듯 굵고 선명하기까지 하다. 수 없이 많은 별빛처럼 詩人의 마음을 내려다보는 것은 이 시대의 어떤 거리감을 표현한 것이지만, 깜깜한 밤은 결코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화백의 그림 한 폭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것이며 詩人또한 눈부실 만큼 수작을 이루었음이다.

     부중치원負重致遠이라는 말이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곳을 향해 간다는 뜻이다. 중요한 직책職責을 맡음을 의미한다. 출전은 삼국지三國志, 촉지蜀志, 방통전龐統傳이다. 힘든 일을 이겨내는 것도 약간의 보는 관점에 따라 덜어질 수도 있다. 소처럼 지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겪는 일을 장미()를 담듯이 또 지고 가는 듯이 생각하면 걷는 이 길도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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