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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의 일박 / 이성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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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19-02-0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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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의 일박

이성목


너를 사랑하는 날은 몸이 아프다
너는 올 수 없고 아픈 몸으로 나는 가지 못한다
사랑하면서 이 밝은 세상에서는 마주 서지 못하고
우리는 왜 캄캄한 어둠 속에서만 서로를 인정해야 했는가
지친 눈빛으로만 아득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했는가
바라보다가 죽어도 좋겠다고 너를
바라보다가 죽어도 좋겠다고 나는
한숨도 못 자고 유리 없는 창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우리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어디선가 별이 울음소리를 내며 흘러갔고
어디선가 꽃이 앓는 소리를 내며 돌아왔다
그건 언제였던가
어깨 위로 비가 내리고 빗방울 가슴 치며 너를 부르던 날
그때 끝이 났던가 끝나지는 않았던가
울지 말자 사랑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나 마음이 아프다고
외로운 사람들이 일어나 내 가슴에 등꽃을 켜 준다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일어나 별빛을 꺼 준다


【감상】

  「그래서 그는 시란 열광이라든지 정신 집중 이상의 그 어떤 것이며, 오히려 '시인과 독자를 동시에 은폐시켜 주는' 하나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말들을 엄밀하게 다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음향이 더 이상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고 또한 인간의 귀에 들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 절대시의 근본 명제다. 다시 말라르메는 시 창작의 정신을 '미지의 기다림의 진동하는 중심'이라 부른다」『현대시의 구조』(후고 프리드리히)에서.

   시는 전통과의 단절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품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떤 어조나 감수성과 감각은 내내 유효하다. 또한 감정에서 발화하고 감각이 기술하지만, 기이한 언숲의 정글만은 아닐 것이다.

이 시는 '거리'와 '시간'에서 진동이 시작된다. 알퐁스 도데의 별 같이,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그 그리움의 거리는 별과의 일박을 통해서나 가능하다. 이것은 시간의 이탈이고 역전이고 또 회한이며 아쉬움이다. 또한 '가슴 치며' 소환했을 때 가능한 미래다.

   '너를 사랑하는 날은 몸이 아프다'
   이것은 정신과 몸의 분리가 겪는 이중성이다. 비극에 대한 암시이며, 사랑과 고통이 동시성이라는, 시의 선언적 말문이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이 독자를 유인한다.

   그러니까 별은 부재이며, 추억이며, 온전하거나 먼 것, 재만 남기고 사라진 발광체일 뿐이다. 일상적 거리에 흔하지 않다면 별은, '캄캄한 어둠'을 향해서만 떠 있는 구원의 빛일 뿐이고, 공중의 점이 발화한 것이고, 부존재의 표상이다. 그것은 격지자와 같이, 나의 바깥을 이루는, '너'와 '나' 사이에 있는 공간이고 무한대의 거리이다.

   '지친 눈빛으로만 아득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할 타자이거나 궤도가 다른 행성이다. 그러므로 '너'라는 '별'은 육체성을 잃었을 때 가능한 사랑이 된다. 별자리들이 그렇듯 선분으로만 그려지는 궁극적 추상을 닮았다.

   어두워졌을 때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으니까, '별'은 또한 시대이고 역사이다. 시간을 만들어낸 우주의 조각들 중에서, 빛으로 호응하거나 암시하는 별은, 존재가 앓는 머나먼 저쪽이다.
  '사랑하면서 이 밝은 세상에서는 마주 서지 못'하는 단절이자 유리(遊離)이며, 고통으로 가득 찬, 부재로 가득한 세상과의 거리이다. 도달할 수도, 구체적인 인과도 없으므로, '바라보다가 죽어도 좋겠다'는 간절한 표상이 된다.

   그래도 우리는 별을 품고 산다. 그것은 코스모스 우주가 갖는 선의지이며 생성과 사멸로만 답신을 보내오는 신비로운 우주의 수신호가 별빛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듣는 '별의 울음소리', '꽃이 앓는 소리' 그것은 존재의 내벽을 치는 절규이며, 실존적 자아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등꽃'을 켜고, '별빛'을 꺼준다면 하룻밤을 견디고 또 아파하며 대낮의 세상으로 들어서야 한다.

   '울지 말자 사랑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나 마음이 아프다고'

   지상에서 자신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서 꾸준히 질문하는 짐승은 많지 않다. 그것은 영장류의 한 덕목일 뿐만 아니라, 사유하는 존재의 고통이며, 시간과 거리에 대한, 또한 공간 이동이 가능한 의식의 세계가 드리운 밤하늘이고 우주이며, 또한 너와 나 곁으로 흐르는 아득하고 그리운 시간성이다.

   존재가 흘리는 눈물을 통해서 밤하늘의 별은 더욱 빛난다. 별과의 하룻밤으로 삶의 좌표와 방향성을, 빗소리로 듣는 차디찬 각성을, 선과 의지 사이를 떠도는 우주의 먼 메아리를 듣는다.

   정신의 온도가 따뜻한 시는 허랑한 관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중얼중얼 읽다가 외워지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 있다. 이 시가 그렇다.



                                      ─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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