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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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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6회 작성일 19-02-1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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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北魚)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는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感想】

   이 시는 전체주의에 억눌린 삶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짓눌린 소시민을 환유적,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것은 유물론적 존재에 대한 동적 알레고리이다.

   "일개 분대"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 "무덤 속의 벙어리"들이며, 죽은 자들이거나 제 뜻과 생각을 말할 수 없는 존재이며 억눌린 자들이다.

   북어라는 사물화된 대상을 묘사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 뜻이 다르게 준동하고 있다. 이것이 알레고리 현상이며 그 속에 함의가 있다. 북어들은 바르게 말할 수 없는 존재, "한 쾌"로 엮인 존재들이다. 그리고 시의 끝부분에서는 반성적 자아의 부르짖음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사물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억눌린 존재가 죽어서까지 말하는 절규의 형태이다.

   함의는 어떻게 추론되나; "케케묵은 먼지 속" "터무니없이" "꿰어져"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짜부라진 눈"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사람들"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 "느닷없이"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등으로 미루어, 북어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집단적인 죽음,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하고 있으며, 이 악몽과 죽음의 그림자는 '광주'라든가 '세월호'라든가, 역사적 알레고리의 성격을 갖고 있다. 역사적 비린내에 대한 시적 대응이 이렇게 처절하다. 사물화된 삶과 헛것의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죽음으로 간주되는, 집단 이데올로기의 폐허 냄새를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는 표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상관물은, 사물화된 존재로도 전주되며, 역사적 현상과도 연계한다. 그러므로 이 시는, 단지 물화된 존재에 대한 성찰이나 묘사가 아니라, 잘못된 역사에 대한 증오와 억눌린 소시민,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전체주의 탄압의 결과를 명징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알레고리는, 표면적으로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이면에 다른 의미를 숨기고 있는 경우인데, 대개는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띄기도 한다. 그 전체적인 맥락은 제유(체계화)의 체계를 공유하며 언술되는 특징이 있다.

   상징의 구조가 비교에서 체계로 이행했다면, 알레고리는 체계 차원에서 발생하고 비교 차원으로 내려온 경우이다. 알레고리는 수사적 절차에 불과하지만, 은유와 상징으로의 이행을 돕는다. 이 시는 '광주'라는 상흔을 상징과 제유적 상황으로 꾸리고 있다.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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