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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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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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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19-02-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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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손미


내가 오래전에 따라 두었던 우유
속에서 매일 산책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침전된 도시로 걸리는 전화
에 동전을 넣을 때

내가 찾았지
먼─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정거장 없는 청룡열차를 타고
같은 몸속을 계속 돌고 있다는 생각
내가 없는 채로 내 몸은
어디서 녹는 겁니까

자, 이제
하나씩 진실을 이야기할 시간

불에 탄 소돔과 고모라
섬뜩한 외로움 때문에
그들이 죽었습니까

내가 알던 진실은
응고된 하오(下午)로
실종되고

진실이 살해된 도시의
유일한 목격자,
사람 이빨을 가진
물고기가
액체인지 뼈인지
하얗게 물들 때

내가 찾았지
이상하고, 아름다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3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양파 공동체』
증에서.


【감상】

「포의 착상의 본질은 그가 이전의 시에서는 당연시되었던 창작 행위의 순서를 전도시켰다는 데 있다. 결과로 보이는 '형식'이 시의 원천이 되고, 원천으로 보이는 '의미'가 결과가 된다. 말하자면 의미에 치중하는 언어에 선행하면서 자신을 주장하는 '소리', 즉, 무형상의 음률이 창작 과정의 출발점을 이루는 것이다. 시에 형상을 부여하기 위해 시인은 그러한 소리에 가장 적합한 음향 요소들을 찾는다. 소리들이 말들에 결합되고, 이 말들은 마침내 모티브별로 분류되며, 이것들로부터 최종적인 의미 연관이 생성된다. 노발리스에게서는 어렴풋한 구상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 여기에서 철저한 이론으로 승격된다. 즉 시는 우선적으로 '소리'에 따르면서 부차적으로 내용을 싣고 가는 길을 지시하는 언어 자극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용은 더 이상 시의 본래적인 실체가 아니며 음향의 힘 그리고 의미를 넘어서 존재하는 떨림을 담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포는 자신의 시들 중 하나에 나타나는 'Pallas'라는 단어를 예로 들면서 그것의 특성이 선행하고 있는 시구들과의 느슨한 연상에서뿐 아니라 또한 그 음향의 매력에 힘입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직후에 그는 사고 과정이란─ 물론 지나가는 김에 한 말이겠지만─ 불확정적인 것에 대한 단순한 암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식에 의해서 음향의 우위가 유지되며 의미의 지배로 인해 음향의 효과가 상실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시법은 마술적인 언어의 힘에 대한 몰두로부터 성립된다. 음향의 지배 하에서 부차적으로 의미를 할당하는 작업은 '수학적인 엄밀성'을 요구한다. 시는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형상체로서, 진리도 '심정의 도취'도 그리고 어떠한 것도 매개하지 않으며, 시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포의 이러한 생각들과 더불어 이후 순수시 개념을 중심축으로 하여 선회하는 현대시 이론이 정착되었다.」 (현대시의 구조, 후고 프리드리히)


"시는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형상체로서, 진리도 '심정의 도취'도 그리고 어떠한 것도 매개하지 않으며, 시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인용문에서 이 말을 우선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위 시는 '시 자체로 존재할 뿐'인 시이다. 산문적 언술과 확연히 구분이 되는, 시로만 가능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친절한 문장에 익숙한 우리는 우선, 이 시를 읽고, 해석하고, 그 의미를 눈치채려 할 것이다. 1연의 상황은, 우유 속을 산책하는 사람,인데 불가능한 문장이지만 가능한 문장이다. 우유는 뿌연, 흐릿한, 그리고 상한(오래전에 따라 두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떠올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침전된 도시'는 액상의 우유에서 가능한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전화'와 '먼─ 고향'이 대비된다. 이 문장들을 산문식으로 굳이 풀어쓰자면, 흐릿한 기억 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며, 그 수신처는 먼- 고향이다,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석은 시가 가진, 그 자체로서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다.

번역을 통해서, 이 시는 결국 무슨 말이다,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수필로 적어서 보여줘라,고 요구하는 게 맞다. '진실'과 '게임'은 어차피 호응할 수 없는 딜레마이다. 게임으로 인식되는 진실, 진실이 게임이 되는 상황은 상호 모순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 시는 결국, '진실을 이야기할 시간'과 '진실이 살해된 도시의 유일한 목격자'가 호환하는 '먼-고향'과 '아름다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그리고 '침전된' '정거장 없는' '소돔과 고모라' '섬뜩한 외로움' '내가 알던 진실 응고된' 주된 정서를 통해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고향은, 장소의 발생이 아니라, '침전된 도시'의 저편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시는, 이 자체로서의 시가, 어떻게 준동하는지를 느끼는 것은 독자 각자의 몫으로 두고 있다. 시는 생략과 비약, 언어를 떠나 언어로 되돌아오는 언어, 특별한 규정이 없는 언술의 마력 등으로 끄는 수레일지 모른다. 독자는 다양하다. 또한 어떤 시를 읽는 이유와 느낌도 다양하다. 시가 인절미처럼 자르고 뭉치고 어슷하거나 비슷하다면, 의미의 창작뿐만 아니라, 형식의 창작도 싱거울 것이다. 시는, 언어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며, 언어로 할 수 없는 모든 것이다.


-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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