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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이 /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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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5회 작성일 19-02-2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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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이

신해욱


나는 쉽게 길어진다.
예측 불허의
이야기 같다.

하지만 할 일은 자꾸만 저쪽에 있다.

힘껏 던져버려도
교실은 그대로 사각형이고
창밖으로는 대신
그림자가 조용히 늘어지고
나는 여전히 노란 완장을 찬 채

아무렇게나 굽이쳐도 상관없는
등뼈를 따라 걸어간다.

유관순 양과 복도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를 해야지.
오늘은 세상에 한 번뿐인 기념일.

생각은 내가 가는 쪽으로 흐르고
네가 누구더라도
나는 너와 나이가 같다.


신해욱 시집, 『식물성』(문지, 2009)에서.

【감!상】

신해욱이 발견한 웜홀의 입구는 '인칭'이다. 1인칭의 변신술이다. 신해욱의 시에는 인칭들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고백체를 쓰는 것으로 보아 생략된 인칭이 1인칭일 것 같기도 하지만,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인칭들이 휘발되는 것이 느껴진다.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인칭 없는 고백들이 1인칭으로 다시 수렴되는 것이 보인다. 시인은 생략된 인칭을 마치 주름처럼 접어놓았다가 다시 펼쳐 보이는 듯하다. ─ 박소연(시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네가 누구더라도/ 나는 너와 나이가 같다."에 밑줄이 되어 있다. 누군가 이 지점에서 잠시 머물렀던 흔적이 있다. 왜 어쩌자고 연필을 들어 까맣게 철로를 놓았을까.

"이 시는 시인의 그림자가 쓴 시로 읽힌다. 그림자는 자기 자신이자 동시에 타자이다. 그런 그림자가 나로부터 분리되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박소연)지만, 독자가 이 텍스트의 환경을 느꼈을까. 분명한 답은 아니더라도, 혹은 화자의 의도와 다르더라도, 멈칫 눈길을 세운 지점이라면, 이 독자는 건조한 문체에서 냉수 한잔으로 갈증을 풀듯 이 문장에서 쉬어갔을 것이다. 감각적인 순간의 동질감이 독자의 몸속으로 녹을 때 작은 파동이나 여운이 생기는 셈이다. 그림자는 허상인 동시에 실체다. 시시때때로 자라거나 줄어드는 자아의 등뼈다.

어떤 시라도, 시인이라도 여러 번 읽었을 때 조금씩 실루엣이 걷히고 속살까지 희미하게 보인다,는 생각을 한 적 있지만, 젊은 화가들이 지면에 그려놓은 기표들은 발목지뢰처럼 조심스럽다. 저마다가 다른 식의 장르를 갖는 게 시라면, 시는 오만가지상(像)이다. 그 우거지상이 징그럽지만, 또 뱀처럼 목에 감아도 좋을 듯싶다. - 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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