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저는 사람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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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5회 작성일 19-02-23 02:42본문
다리 저는 사람 / 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기둥이 되어 우림하게 서있는데
그빽빽한 기둥 사이를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 김기택 :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2013년 제23회 편운문학상 수상, 시집 <소>등 다수
< 감 상 >
김기택 시인의 사물을 꿰뚫어 보는 세밀한 시선과 그 시선을
이미지화 하는 탁월한 능력은 과히 추종을 불허 한다
독자도 시인의 뛰어난 여러편의 수작들을 읽고서 많은 감동을
받은 바 있으며,
다리 저는 사람의 흉한 모습은 장애의 대표 되는 모습으로써
누구나 흉내 내는 것은 금지시 되고 있는데도
시인이 이미지한, 사람들 사이를 기우뚱 걷고 있는 장애자의
모습은 오히려 숲속을 팔랑팔랑 날아 가는 한 마리 나비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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