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사내 / 여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고정된 사내 / 여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4회 작성일 19-03-07 01:56

본문

고정된 사내 / 여정

​  벽에 붙박인 그 사내는 사각의 틀 속에 갇혀 정육점의 고기마냥 걸려 있다. 머리

윗부분이 잘린 오른쪽 귀가 잘린 그는 시선을 왼쪽 아래에 두고 눈동자를 움직이

지 않는다. 입술에는 초승달을 베어 물고 왼쪽 새끼손가락에는 링반지를 끼고 턱

괴고 있다. 링반지 속에는 그 사내의 영혼 같은 한 여자가 가루가 되어 섞여 있

다. 그 사내는 하반신이 없다. 그녀에게 갈 수 있는 길은 하반신과 함께 사라졌고

그녀 또한 그 길과 함께 사라졌다. 그는 늘 벽에 붙박여 꿈결 같은 그 길을 그녀와

함께 걸었던 그 마지막 길을 다시 거닐곤 한다. 그 길에는 풀냄새가 초록초록 싱그

럽고 그녀의 젖빛 살냄새 또한 향긋하다. 간혹 그 사내가 뜬눈으로 가위라도 눌리

날이면 도로를 이탈한 트럭이 풀들을 짓누르고 그녀의 젖빛 냄새를 붉은 피로

물들이며 달려온다. 그럴 때면 풀들조차 비명과 함께 하반신이 잘려나간다. 그런

날이면 벽에 붙박인 그 사내의 고정된 두 눈속에서 피눈물이 마른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를 내며 흘러나오고 그 사내가 붙박인 그 벽조차 붉게 붉게 물들어 노을이 된다

* 여정 : (본명, 최정윤) 1970년 - 2018년 대구 출생,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벌레 11호> 등 다수

< 감 상 >

묘사 보다는 진술 위주로 이루어진 산문시의 묘미를 본다

대개 산문시는 알레고리적 성격을 갖는데 본 시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은 듯,

정육점 벽에 고기덩이 모양 걸려있는 낡은 사진을 보고서 화자는

자신의 초라한 옛 모습을 떠올리며 깊은 상념에 빠져드는데,

머리 윗 부분과 오른쪽 귀가 잘리고,  시선은 왼쪽 아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

초승달 같은 입술과 턱을 괴고 있는 모습, 비명과 함께 잘려나간 하반신 그리고 

그녀의 젖빛 살냄새 향긋하고 영혼과도 같은 링반지와

이제는 떠나고 없는 그 녀와 함께 걸었던 초록초록 풀냄새 싱스러운 그 마지막 길등

화자는 파란만장 했던 지난 날들을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추억하고 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1건 4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171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5 0 02-02
2170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5 0 02-03
21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2 0 02-04
2168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0 02-04
216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4 0 02-04
2166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 0 02-06
216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7 0 02-07
21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7 0 02-07
21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0 02-08
216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3 0 02-08
21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1 0 02-08
2160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0 02-09
21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7 0 02-11
2158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2 0 02-11
215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2 0 02-13
215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3 0 02-14
215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1 0 02-14
215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0 0 02-15
2153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9 0 02-15
215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5 0 02-17
2151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5 0 02-17
2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7 0 02-26
2149
구두/ 박진형 댓글+ 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4 0 02-25
21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1 0 02-26
21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 0 02-23
214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3 0 02-20
214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9 0 02-20
21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1 0 03-01
21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3 0 03-04
2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5 0 03-04
2141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6 0 03-06
2140 安熙善4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0 03-06
213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9 0 03-06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5 0 03-07
2137 安熙善4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0 03-07
213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 03-10
2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 0 03-11
21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0 03-13
2133 安熙善4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0 03-13
213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03-14
21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5 0 03-16
21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7 0 03-19
2129 安熙善4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4 0 03-19
2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1 0 03-19
2127 安熙善4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0 03-21
21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3 0 03-22
212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0 0 03-24
212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7 0 03-25
212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1 0 03-27
212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4 0 03-2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