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빚는 남자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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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0회 작성일 19-04-18 05:07본문
달을 빚는 남자 / 김선영
백자 빚던 남자
영원으로 길 떠나서
한 백년 후 흙으로 부서졌네
죽어서도
생전에 빚던
둥근 달을 꿈꾸고 있었네
환한 꿈 위에 풀꽃이 피고
벌레가 울고
어느 날
한 소년이 닿아 왔네
분홍 흙이 된
백자 빚던 남자의 가슴을
곱게 반죽한 뒤
달을 하나
토해 놓았네
소년은 끌리듯
귀에 대고 들었네
곱게 내쉬는 달의 숨소리를
백자 살에서
아득하게 뛰는
한 남자의
심장 뛰는 소리를
* 김선영 : 1938년 경기도 개성 출생, 1957년 <현대문학>에 시 <파랑새>를
추천 받아 등단, 시집 <그리움의 식물성> 등 다수
< 감 상 >
장인(匠人)이 죽어서 백년 후에 흙으로 다시 돌아오고,
한 소년이 흙이 된 장인을 반죽해서 달을 빚고,
그 소년은 귀에 대고 달의 숨소리를 듣고,
백자 살에서 뛰는 장인의 숨소리를 듣다는,
화자의 기발한 발상은 우리나라 도요(陶窯)美의 極致를 보여주고 있으며
장인들의 고뇌와 애환과 끈기를 暗示하고 있다
죽은 장인의 숨소리가 淸雅한 백자의 숨소리로 皎皎한 달의 숨소리로 까지
聯想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