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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무덤 / 이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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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7회 작성일 19-05-07 00:19

본문

서랍 무덤

이희은

화석이 된 일기를 꺼냈다

부장품으로 구석에 있던

서랍을 닫을 때 밀어 넣었던 글자들

조각 그림처럼 맞추어 보았다

뒤집힌 주머니 같은, 찢어진 지폐 같은, 짝 잃은 장갑 같은,

당신 일기 속,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굳어버린 어제가 떨어져 내렸다

아무에게도 손 내밀지 못했던 글자들

이제야 내게 왔다

일기를 이어 써야 할 시간이다

이희은의 시집 <밤의 수족관> 중에서

..................................................................................................

<감상>

까마득하게 잊었던 내 모습이 당신의 오래된 일기장에 묘사되어 있었다

당신은 누구일까? 가까웠던 사람일까? 애증의 관계였을까? 아니면 오래 전의 나일까?

(뒤집힌 주머니 같은, 찢어진 지폐 같은, 짝 잃은 장갑 같은,)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던 내 모습,

그가 나를 그런 모습으로 보았던 걸까?

그런 모습으로 보았을 거라 짐작했던 걸까?

내가 나의 모습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던 걸까?

조각을 맞추어 보고 나는 왜 그런 모습으로 보았을까?

지금 나의 모습을 투영한 것은 아닐까?

잠시 어지러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따듯하게 내 이름을 불러본다

과거의 내 이름이기도 한, 지금의 내 이름이기도 한,

그러자 어두웠던 어제가 떨어져 나가고

무덤 속에서 화석이 되었던 글자들이

생명의 기운을 받으며 회복되어 간다

이제 아픈 과거라도 침몰시키지 말고

내가 스스로 나의 일기를 이어 써가야 할 시간이다

과거의 나와 화해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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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무덤     이희은     화석이 된 일기를 꺼냈다   부장품으로 구석에 있던   서랍을 닫을 때 밀어 넣었던 글자들조각 그림처럼 맞추어 보았다   뒤집힌 주머니 같은, 찢어진 지폐 같은, 짝 잃은 장갑 같은,   당신 일기 속,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굳어버린 어제가 떨어져 내렸다   아무에게도 손 내밀지 못했던 글자들 이제야 내게 왔다   일기를 이어 써야 할 시간이다       이희은의 시집 <밤의 수족관> 중에서..................................................................................................<감상>   까마득하게 잊었던 내 모습이 당신의 오래된 일기장에 묘사되어 있었다당신은 누구일까? 가까웠던 사람일까? 애증의 관계였을까? 아니면 오래 전의 나일까?(뒤집힌 주머니 같은, 찢어진 지폐 같은, 짝 잃은 장갑 같은,)그런 모습으로 비춰졌던 내 모습, 그가 나를 그런 모습으로 보았던 걸까?그런 모습으로 보았을 거라 짐작했던 걸까?내가 나의 모습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던 걸까?조각을 맞추어 보고 나는 왜 그런 모습으로 보았을까?지금 나의 모습을 투영한 것은 아닐까?잠시 어지러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따듯하게 내 이름을 불러본다 과거의 내 이름이기도 한, 지금의 내 이름이기도 한,그러자 어두웠던 어제가 떨어져 나가고무덤 속에서 화석이 되었던 글자들이생명의 기운을 받으며 회복되어 간다이제 아픈 과거라도 침몰시키지 말고 내가 스스로 나의 일기를 이어 써가야 할 시간이다과거의 나와 화해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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