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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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19-05-20 08:20본문
양파
김창균
내 생전 죄를 많이 지어
붉은 세상에 가두어져 있으니
머리에 구멍 숭숭한 복면을 하고
어디 침범할 곳도 없이 떠돌았으니
좌충우돌 내 몸에 또 몸을 입으며
육신을 주체했으니
앗아라 몸이 몸을 하나씩 까발리며 썩어간다
눈이 부패하고 머리통이 서서히 녹는다
각축의 망(網) 속이다
경계 없다고 누가 말하나,
훤하게 밖이 보여도 보이지 않음을,
몸 밖에는 또 몸, 창공 밖에는 또 창공인 걸
양피지 같은 몸 까뒤집으니
여기도 막 저기도 막이다
그녀의 몸이 오랫동안 품고 간 붉은 저녁달이다
참으로 누군가의 눈물 쏙 빼는 고약한 말들이다
마지막 같은 마지막 같은
은둔의 집 한 채다.
프로필
김창균 : 강원 진부, 강원대 및 동 대학원, 심상 등단, 시집[먼 북쪽]외
시 감상
양파의 속을 이렇게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깔 때 맵기만 했을 뿐,
먹을 때 달콤하기만 했을 뿐, 자장면 집에서 반찬으로 주는 것을 공짜로 먹기만 했을 뿐,
시원한 국물 맛을 감미하기만 했을 뿐,
벗겨도 벗겨도 어디쯤이 알맹이인지 구별 못할 몸, 정작 그 알몸의 정체가 ‘나’라는 것을,
은둔의 집 한 채 속에 들어앉아 늘 마지막 같은 마지막 같은 막에 쌓여
누군가의 눈물만 쏙 빼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에 성찰을 주는 작품에 눈물 쏙 빼본다. 시란 이런 것인가 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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