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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르지 않는 나비 / 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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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7회 작성일 19-06-04 15:21

본문

내가 기르지 않는 나비 / 문정영


그녀에게 가는 길에 모르는 나비가 따라온다 길은 낮아지면서 캄캄해지고 나비는 거기까지다


당신의 이름을 한 뜸 한 뜸 수놓은 손수건 한 장 접어 간다

손수건을 펼치자 고구마 줄기 같은 감정선


그녀는 수염이 없는 고양이의 후손, 일일 휴양지의 간판, 나비는 나보다 먼저 글자를 읽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나는 그녀에게 닿기 전 이미 나비의 의도를 안 것이다


나비는 내가 기르지 않는 고양이 그녀는 나보다 나비를 사랑해!

내 사랑이 비켜간 그곳에서 나비는 다도해처럼 흘러다닌다


나비는 귀를 옆으로 접은 채 꼬리를 세우고 그녀 앞에 앉아 있다


그날부터 내가 기르지 않는 나비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 문정영 : 1959년 전남 장흥 출생,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계간 <시산맥> 발행인,

                시집 <낯선 금요일>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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