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떡 /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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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2회 작성일 19-06-20 05:49본문
마른 떡 / 전동균
살아남기 위해 옆구리에 상처를 내는
산짐승이다 잠들어서도 떨고 있는
눈꺼풀이다
저녁 눈 위에 쌓이는 밤눈, 첫 잔에 숨이 확 타오르는 독작의 찬 술이다
순장을 당하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려야
간신히 잠드는 날들
객사 창틀에 놓여
얼다 녹다 얼다 녹다
곰팡이가 슨 저것은
파문하라, 나를 파문하라
소리치는 보름달빛이다 그 달빛과 싸우다가
스윽, 제 배를 가르는 오대천 상류의 얼음장이다
아니다, 신성한 경전이고
흑사리 껍데기고
밤마다 강릉 콜라텍 가는 도깨비 스님이다 가방 속의 가발이다
멀리 있을수록 뜨거운 여자의 살,
살 냄새의 늪이며
이무기의 울음이며
너의 민낯이다, 혀를 차면서도 이 시를 읽고 있는
* 전동균 :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 2014년
제16회 백석 문학상, 2018년 제13회 윤동주 서시 문학상 수상
< 감 상 >
창틀에 놓여 있는 곰팡이 슨 마른 떡을 보고 화자는 상상의 날개를 펴는데,
그 마른 떡의 처지가 자신의 처지인듯 聖과 俗을 마구 드나들고 있다
괴괴하게 비추는 보름달을 보고 파문하고 싶다 파문하고 싶다 외치는 화자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심상을 빤히 보는 듯 하다
순장을 당하듯 머리를 감싸고 웅크려 잠드는 화자는 흑싸리 껍데기고, 밤마다
강릉 콜라텍에 가고 싶은 도깨비 스님이고, 멀리서 풍기는 여자의 살 냄새의
늪에 빠진 이무기다
아니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저것은 반야심경이고 금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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