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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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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3회 작성일 19-06-22 11:26

본문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양현근

아쉬움은 늘 한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기차가 왔던 길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 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 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



----------------------------------------------------------



    기차를 타고 떠나온 길, 돌이켜 봄에 그리운 것들은 뒤에 있었네


       언젠가 먼 길을 걷다, 뒤돌아 보았을 때, 이렇게 적었었다. 


먼 길을 걸어왔을 때



뒤돌아 보이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이 시처럼, 모든 그리움들은 뒤에 있는 것들일밖에.





앞에 있는 것들은 만나러 가는 것들이니 아예 만났던 기억이란 없는 것이고, 따라서 아직 헤어지



지 않은 것이라 기억이라던가 추억할 만한 것들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뿐더러, 만나기 이전이니



지닌 것이라고는 오로지 설렘이라는, 기대라는 속성일 테니 말이다.








아래 구절은 이 시의 백미라 하겠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 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그리움을 바라보는 미학의 절묘함이다.



그리움이 지나치면, 그리움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그리움이라는 것은 그리움이 아닌



것이다.



시인께서는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이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넘치지 않도록 침목 사이의 간격만큼 거리를 둔다는, 그만큼 만의 두근거림만을 지니겠



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이런 두근거림은 현재의 삶과 뒤에 남겨 놓은 그리움을 아름답게 지속할 수 있도록 연결지어 주



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대합실 기둥 뒤가 그렇고,



역을 떠난 기차가 그렇고,



기차를 태워 보낸 레일이 그렇고,



그 레일을 지탱해 주는 침목이 그렇고,



짐짓 딴 청으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낮에서 저녁으로 스며들며



순한 노을이 되었을 때, 기차가 떠나온 뒤 편을 몇 번이나 돌아 보는 것이다.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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