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 전동균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3회 작성일 19-09-11 05:13본문
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 전동균
쩌억 입 벌린 악어들이 튀어나오고 있어 물병의 물들이 피로 변하고
접시들은 춤추고 까악 깍 울고 표범들이 담을 뚫고 달려오고 있어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
봄밤은 건들건들
슬리퍼를 끌고 지나가는데
덜그럭 덜그럭
텅 빈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 유골들
통곡도 뉘우침도 없이
작년 그 자리에 피어나는
백치 같은 꽃들
누가
약에 취해 잠든 내 얼굴에 먹자(墨字)를 새기고 있어
도독놈, 개새끼, 사기꾼
인둣불을 지지고 있어
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것이
생글 생글 웃는 것이
* 전동균 :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
2014년 제16회 <백석 문학상>, 2018년 제13회 <윤동주 서시 문학상> 수상
< 소 감 >
쩌억 벌어진 악어의 입, 피로 물든 물병,춤추는 접시, 까악 깍 울고 있는 표범,
건들건들 슬리퍼 끌며 지나가는 봄밤, 덜그럭 덜그럭 운동장 돌고 있는 무덤속 유골
봄기운으로 생동하는 만물의 모습이 신비롭게 그려지고 있다
그 역동 속에 화자는 잠을 자고 심술꾼 조물주는 화자의 얼굴에 먹물울 뿌린다
- 도독놈, 개새끼, 사기꾼
- 인둣불을 지지고 있어
화사한 봄밤의 풍경이 어린아이 장난 같은 해학으로 흘러넘치는데, 화자 특유의 능청이라
하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