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생 / 김경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먼 생 / 김경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9회 작성일 19-09-25 04:17

본문

먼 생 / 김경주

- 시간은 존재가 신(神)과 갖는 관계인가


골목 끝 노란색 헌 옷 수거함에

오래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온다

곱게 접거나 개어 넣고 오지 못한 것이

걸린지라 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 쪽이

녹은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어둠이 이 골목의 내외(內外)에도 쌓이면

어떤 그림자는 저 속을 뒤지며

타인의 온기를 이해하려 들 텐데

내가 타인의 눈에서 잠시 빌렸던 내부가

주머니처럼 자꾸 뒤집어보곤 하였던

시간 따위도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감추고 돌아와야 할 옷 몇 벌,이불 몇 벌,

이생을 지나는 동안

잠시 내 몸의 열을 입히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종일 벽으로 돌아누워 있을 때에도

창문이 나를 한 장의 열로 깊게 덮고

살이 닿았던 자리마다 실밥들이 뜨고 부풀었다

내가 내려놓고 간 미색의 옷가지들,

내가 모르는 공간이 나에게

빌려주었던 시간으로 들어와

다른 생을 윤리하고 있다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 김경주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중에서


< 소 감 >

헌 옷 수거함에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오다 실끔 뒤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 쪽이 녹은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린다

이때부터 화자의 상상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자기 자신을 윤리하고 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의 존재는 시간의 흐름과

반드시 동행한다 하면서,

<시간이 멈추면 존재도 멈춘다. 지금 여기는 현재, 어제 여기는 과거, 내일 여기는 미래 

시간과 공간은 인간 존재의 틀, 인간은 그 틀을 빠져나가지 못한다>한다


화자의 상상력이 시간과 공간의 틀을 훌쩍 뛰어 넘어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옷과 이불과 창문의 이미지들이 이 생과 다른 생을 넘나들며 먼 생이라는 낯선 이미지를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화자는 명사(名詞) 윤리(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動詞로 사용하므로서

독자를 교묘한 혼란속으로 빠져들게도 한다


인간은 아는 것 만큼 존재한다 (존재와 시간중에서) 

아는 것의 폭을 넓혀 존재의 폭을 넓히면 그 만큼 행복의 폭도 넓혀지리라

화자의 심상이 어렴풋이 그림자처럼 다가오지만 그 미지(未知) 속에서 헤매는 것도 행복!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6건 4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86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8 0 10-14
1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0 10-14
1864 고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0 10-12
1863 고송산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0 0 10-06
186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7 0 10-04
18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7 0 10-04
186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7 0 10-01
18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5 0 10-01
18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0 09-30
185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4 0 09-28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0 0 09-25
18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 09-23
185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2 1 09-22
18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0 09-19
18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0 09-16
18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6 0 09-15
1850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09-13
184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5 0 09-11
1848
몰라/ 고증식 댓글+ 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5 0 09-09
18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0 09-08
1846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1 0 09-07
184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0 09-07
18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0 09-05
18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3 0 09-05
18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 09-02
184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9 0 09-02
18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0 0 08-28
183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 08-27
18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0 08-26
183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0 0 08-25
183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7 0 08-22
183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3 0 08-19
18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5 0 08-16
183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8 0 08-13
18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0 0 08-12
18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0 08-12
18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1 0 08-10
182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0 08-07
18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0 08-05
18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0 08-04
18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1 0 08-01
18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0 07-30
182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7 0 07-30
18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0 0 07-29
18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2 0 07-29
182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8 0 07-26
182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7 0 07-23
18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2 0 07-22
181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0 07-20
181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 07-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