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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생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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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4회 작성일 19-09-2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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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생 / 김경주

- 시간은 존재가 신(神)과 갖는 관계인가


골목 끝 노란색 헌 옷 수거함에

오래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온다

곱게 접거나 개어 넣고 오지 못한 것이

걸린지라 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 쪽이

녹은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어둠이 이 골목의 내외(內外)에도 쌓이면

어떤 그림자는 저 속을 뒤지며

타인의 온기를 이해하려 들 텐데

내가 타인의 눈에서 잠시 빌렸던 내부가

주머니처럼 자꾸 뒤집어보곤 하였던

시간 따위도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감추고 돌아와야 할 옷 몇 벌,이불 몇 벌,

이생을 지나는 동안

잠시 내 몸의 열을 입히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종일 벽으로 돌아누워 있을 때에도

창문이 나를 한 장의 열로 깊게 덮고

살이 닿았던 자리마다 실밥들이 뜨고 부풀었다

내가 내려놓고 간 미색의 옷가지들,

내가 모르는 공간이 나에게

빌려주었던 시간으로 들어와

다른 생을 윤리하고 있다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 김경주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중에서


< 소 감 >

헌 옷 수거함에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오다 실끔 뒤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 쪽이 녹은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린다

이때부터 화자의 상상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자기 자신을 윤리하고 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의 존재는 시간의 흐름과

반드시 동행한다 하면서,

<시간이 멈추면 존재도 멈춘다. 지금 여기는 현재, 어제 여기는 과거, 내일 여기는 미래 

시간과 공간은 인간 존재의 틀, 인간은 그 틀을 빠져나가지 못한다>한다


화자의 상상력이 시간과 공간의 틀을 훌쩍 뛰어 넘어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옷과 이불과 창문의 이미지들이 이 생과 다른 생을 넘나들며 먼 생이라는 낯선 이미지를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화자는 명사(名詞) 윤리(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動詞로 사용하므로서

독자를 교묘한 혼란속으로 빠져들게도 한다


인간은 아는 것 만큼 존재한다 (존재와 시간중에서) 

아는 것의 폭을 넓혀 존재의 폭을 넓히면 그 만큼 행복의 폭도 넓혀지리라

화자의 심상이 어렴풋이 그림자처럼 다가오지만 그 미지(未知) 속에서 헤매는 것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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