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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사슴이 살고 있다 / 정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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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3회 작성일 19-10-23 01:08

본문

나무에 사슴이 살고 있다 / 정진혁


벚나무는 모든 움직임에 사슴을 품고 있다

사슴 무늬가 벚꽃으로 벙글어진 저녁은

어디에도 없는 사슴의 향기가 난다

헛헛하고 퉁방울 같은 고요가 인다


밤의 뿌리에서 사향 냄새가 난다

그리움이 너무 두꺼워

나무는 온몸으로 사슴 무리의 호흡을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사슴의 꿈이 몽글몽글 꽃으로 피어난다

벚나무는 지금 제 꿈을 대지에 흩날리는 것이다

사슴은 나무의 대륙을 달린다


나무껍질에 골골이 나있는 길은 사슴이 지나간 흔적

나무 안에서 목을 축이고 풀을 뜯는 법을 아는 사슴 무리는

먼 곳을 바라보다가 머리가 간질거리며 뿔이 돋아난다

뿔에 이끌려 희열처럼 위로 위로 달린다

더 나갈 수 없을 때

비로소 나뭇가지가 되어 자신을 매단다


그리고 나무는 

귀 없는 겨울을 보낸다


푸른 잎들이 사슴의 귀가 되어 흔들린다

사슴의 무리는 밤마다 나무에서 달빛 그림자로 내려와

유유히 풀을 뜯는다

풀밭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수천의사슴 무리를 본다


* 정진혁 : 1960년 청주 출생, 200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간잽이> 등


< 소 감 >


재미있는 더베이즈망 기법(서로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 일상적인 의미를 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이다


벚꽃과 사슴은 어여뿜, 따뜻함, 다정함 등 정서적 속성은 같으나, 인간 생활과 

연관점은 다른 사물로, 서로 동행하면서 도원경에 빠진 듯 꿈속을 헤매는 듯 

새로운 이미지들이 창출되고 있다


벚나무는 사슴을 품고, 사슴 무늬가 벚꽃으로 벙글고, 사슴의 꿈이 꽃으피어나는 

이미지와 이미지를 이어붙이는 현란하고 능숙한 화자의 솜씨는 일품!

 

흐드러진 벚꽃 사이를 껑중껑중 뛰어가는 사슴의 해맑은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독자의 마음 속에 그려지기도 하고,

벚꽃과 함께 사슴과 함께 벗어날 수 없는 미궁의 세계에 갖혀 허덕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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