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식 5월 / 김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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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0회 작성일 19-10-26 06:02본문
베이컨 식 5월 / 김혜선
정육점 앞에서 개가 코를 땅에 박고 피냄새를 찾는다
정육점 안에는 머리 잘린 소가 걸려 있다
워낭 소리가 문틈으로 빠져나간다
네 개의 다리가 정육점 안을 차고 누르고 밀어낸다
개가 코를 바짝 대고 안을 들여다본다
검은 장갑을 낀 남자가 검은 우산을 들고
혓바닥을 빨며 기억을 지워간다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이빨을 드러내 웃고 있다
남자는 우산으로 소를 찌르고 가른다 그림처럼
튄 피가 벽에서 흘러내린다
초상화 걸린 미술관 벽이 웃는다
피를 피하려 남자는 검은 우산을 편다
남자가 웃을 때마다 소들이 쓰러진다
숨소리도 비명도 남기지 않는 전문가가 된다
포크를 나이프를 바다를 썰어먹는다
소 의자에 앉아 남자는 거대한 노출증을 드러낸다
썩은 오줌 냄새가 산탄총 탄환처럼 흩어진다
예측불가의 명령들이 태어나고 죽음을 소비한다
비는 내리고 소는 갈비뼈를 드러내 밖을 본다
죽은 소가 잠든 시계를 깨운다
개는 침을 흘린다 비를 피하면 피가 따라온다
광주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 김혜선 : 경남 통영출생, 2009년 <시사사>로 등단,
전자시집 <언니네 이발관>등
< 소 감 >
시의 제목(베이컨 식 5월)과 마지막 행 (광주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에서
박정희 시해 후 신군부의 정권 찬탈과 광주 5.18 항쟁을 암시하는 듯 하다
* 베이컨 :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 삶아 말린 것
10.26직후 한반도 사태를 미 정보기관에서 바쁘게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
(정육점 앞에서 개가 코를 땅에 박고 피냄새를 찾는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권유린(삼청교육대 등)범죄가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육점 안에는 머리 잘린 소가 걸려 있다)
체코 프라하의 봄처럼, 실패한 서울의 봄 분위기가 한반도를 빠져나간다
(워낭 소리가 문틈으로 빠져나간다)
신군부 정치군인들이 총칼을 들고 무자비하게 서울의 봄 분위기를 지워낸다
(검은 정장을 하고 검은 장갑을 낀 남자가 검은 우산으로 소를 찌르고 가른다)
민주화 운동하는 학생들과 정치인들을 마구 체포 구금 고문한다<공안검찰의 대단한 활약>
(그림처럼 튄 피가 벽에서 흘러 내린다)
체육관 대통령이 된 독재자의 불법행위<부산 국제그룹 해체 등>가 무차별 자행된다
(소 의자에 앉아 남자는 거대한 노출증을 드러낸다)
독재자의 초상화가 관공서 벽마다 붙어서 자못 근엄하고
(초상화 걸린 미술관 벽이 웃고)
부정 부폐가 온 나라 방방 곡곡에서 살벌하게 벌어지고 있다
(썩은 오줌 냄새가 산탄총 탄환처럼 흩어진다)
닭 맥아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전 대통령>
(죽은 소가 잠든 시계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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