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 신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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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8회 작성일 19-11-09 03:09본문
업 / 신미균
바위가 쑥부쟁이 하나를
꽉, 물고 있다
물린 쑥부쟁이는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구부정하다
바람이
애처러워
바위를 밀쳐보지만
꿈쩍도 안 한다
바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쑥부쟁이는 그래도
고마워서
바람이 언덕을 넘어갈 때까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 신미균 : 1955년 서울 출생, 1996년 <현대시>로 등단, 2018년
<한국시문학상>수상, 시집 <웃기는 짬뽕>등 다수
< 소 감 >
업(카르마)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輪廻) 사상의 일환으로서 현재의
소행이 미래에 선 또는 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행위로 만행과 만덕을 쌓아 장엄하게 화엄(華嚴)을
이루라는 부처님의 자비와도 관련이 있다
화자는 바위 틈에 끼어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는 쑥부쟁이의 자연현상을
사랑과 미음, 태어나고 죽어가는 생멸의 법칙에 대입시켜 업이라는 제목
하에 한 폭의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도 신의 뜻을 거스려서 평생 벌을 받는 사례가 많은데,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절벽에 쇠사슬로 묶여 독수리에게 가슴을
뜯겨야 하는 프로메테우스,
신을 시험하고 천기를 누설한 죄로 얼굴만 남기고 온 몸을 평생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하는 탄탈로스,
한 지역의 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못된 짓을 많이 한 죄로 산 꼭대기로
평생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하는 시지포스,
사실 윤회사상은 고대 철학자 피다로라스가 처음 주창한 이론으로
종교계에서는 선과 악에 대한 사후 인과응보로 활용되고 있다
육도윤회(하늘, 사람, 수라, 축생, 아귀, 지옥)는 불교에서의 이론이며
현세에 지은 업보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되는 굴레인데 누구나 부처가
되면 이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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