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 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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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8회 작성일 19-12-20 03:55본문
별책부록 / 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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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을 만든 까닭은 외로움을 견디기 싫어서 였을거야
텅 빈 우주, 혼자밖에 없는
공허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던 탓일 거야
창조란 무릇,
적막의 자궁을 제 손으로 찢어가며 울음도 없이
홀로 태어나는 법
적막조차 없던, 무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도 보이지 않던 그때, 신은
저를 불러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거야
하늘이, 땅이, 구름이 온갖 풀과 나무와 새와 물고기들이 한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는
최초의 음악을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었을 거야
갓 데뷔한 지휘자인 그는
세상의 온갖 것들과 나란히 사람의 합주를 들으며
비어 있는 칸들을 하나씩 채워나갔을 거야
신이 인간을 만든 건
저 혼자만으로 감당하고 싶지 않은
그 지독한 허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의 첫 페이지 같은
찬란한 허무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그런 사소한 이유 때문지도 몰라
* 박완호 : 1965년 충북 진천 출생,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안의 흔들림> 등 다수
< 소 감 >
인간 창조에 대한 신의 의도를 꿰뚫어 보는 장난기 비슷한 신기의
추측이 흥미롭다
신은 넓은 우주공간 공허의 허기를 견디기 버거워 심심풀이 도구쯤
으로 인간을 창조했다는데,
그렇다면 신이 만든 인간의 본질은 심심풀이 땅콩이라?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저서 (존재와 무)에서 모든 도구는 본질이
실존에 반드시 앞선다 했다
망치는 못을 박아야 한다는 본질 때문에 망치(실존)가 만들어진 것이고
톱은 썰어야 한다는 본질 때문에 톱(실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존재로 그냥 세상에 던져
졌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본질이 없다
본 이론은 촬스 다윈의 진화론 또는 자연도태설(변종설-오랑우탕에서
인간으로 등)에 바탕을 둔것이다
화자는 성경의 창세기편에 바탕을 두고 인간은 신의 공허한 허기 때문에
창조(인간은 신의 도구) 됐다는 재미있는 발상인데,
신이 인간을 왜 창조 했는지 그 이유는 성경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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