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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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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카레 / 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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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20-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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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카레 임현정


마을 하나가 폭발하고

노란 짚더미 위

너의 심장이 남겨지는 것

아니 어쩜 그건 억울한 양의 염통

토끼가 씹던 당근 조각이거나


수화기를 통해 지령을 전달받던 잠수함

누적된 눈물이 전화선을 녹일 때

감전된 소년병이 유황빛 계곡에 처박힌다

간이 침대엔 양배추 이파리 같은 애인의 편지


노란 고름이 쏟아지던 옥상

겨자소스를 바른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지상을 내려다보던 소년

깁스는 언제 풀어?

곧


늪을 건너왔지

일회용 숟가락 같은 악어들이 배를 뒤집은 채 죽어있는 곳

우리가 밟은 게 젖은 나무토막이었나, 질기고 질긴 누군가의 팔다리였나,

성당 종소리가 멈췄다

밀봉하듯 밤이 오고 있어

물가 오두막으로 뛰어들까

배꼽 같은 거기서 서로의 목이라도 조를까

주홍빛 어깨를 드러낸 그애가 웃는다

금세 난파될 소파 위에서?


어느 나라엔 화학 조미료로 만든 소파가 있대

그럼, 카레맛 소파는? 동시에 시작되는 킷스맛 소파는?

우리는 영원히 멈춰 있는 건지도 몰라, 검은 터널을 통과하는 은빛 총알 속에서


벙커가 공개되고

마지막 3분이 쏟아졌다

그는 노랗게 휘젓던 향정신성 알약들과 그녀가 뜨다 만 치자색 스웨터

쓸데없는 고귀한 3분의 절망이

이윽고 접시를 물들였다


* 임현정 : 1977년 서울 출생, 2001년 <현대시> 로 등단, 2014년 제2회 

            교보문고 로맨스 공모전 우수상 수상, 시집 <사라시럽눈동자> 등


< 소 감 >


3분 동안 카레가 끓듯 리듬과 박자가 보글보글 착착 들어맞는 시다


수프 한 접시의 따뜻한 이미지가 방카에 쏟아지는 가공할 폭격의 전쟁 

이미지로 전이 되면서 달콤함 속에 드러나는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다


- 성당 종소리가 멈췄다 / 밀봉하듯 밤이 오고 있어 / 물가 오두막으로

  뛰어들까

- 배꼽 같은 거기서 서로의 목이라도 조를까 / 주홍빛 어깨를 드러낸 그 

  애가 웃는다


황홀한 미각과 전쟁이 주는 잔인함이 화자의 현란한 연금술로 독자를 

횡설수설 향정신성 상황에 까지로 몰아넣고 있는듯 하다


* 글 같지 않은 글을 읽어주시는 분께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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