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아이 / 권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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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8회 작성일 20-01-15 05:04본문
사월의 아이 / 권순자
아이야
그 먼나라에서 조개를 줍고 있니
지금 봄이 한창인데
거기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니
진달래 꽃망울보다 더 붉고 아름답던 아이야
버들가지보다 싱그럽던 아이야
영영 멀어진 건 아니지?
고래와 솟구치고 잠수하고 있을 아이야
검푸른 바다를 운동장처럼 뛰고 다닐 아이야
영원히 웃고 웃을 아이야
물고기 꼬리지느러미 잡고 헤엄치고 있니
네 따뜻한 가슴이 날마다 퍼 올리는
햇살을 받아 마시고
뜨거운 열망이 세상을 환하게 펼치는구나
네가 파도소리로 날마다 소곤대는 소리를 듣는다
핏방울이 돌고 돌며 너를 기억하며 네 목소리를 듣는다
네가 지나간 자리에 내가 서서 네 목소리를 듣는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라도
난 이제 울지 않는단다
네가 말갈기 휘날리도록 파도를 타고
바다의 울음을 재우려고 애쓰는 걸
알고 있단다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일어서고
침묵한 것들이 끓어오르도록
끓어올라 스스로 눈물이 되고
소리가 되고 웃음이 되도록
이끄는 아이야
투명해져버린 아이야
꽃이 되고 기도가 된 아이야
다시 바람이 일고
여기서 꽃들이 지고 있구나
붉게 서늘하게 지고 있구나
* 권순자 : 1958년 경북 경주 출생, 2003년<심상> 으로 등단
시집 <바다로 간 사내> 등 다수
< 소 감 >
아이로 대변되는 민족 혼과 얼이 어디서 본듯한 낯익은 이미지들로 벅적인다
반복 되는 아이야는 마음속에 풀어지지 않고 응어리진 지난날의 민족의 한을
표상하는 듯
- 네 따뜻한 가슴이 날마다 퍼 올리는 / 햇살을 받아 마시고
- 네가 파도소리로 날마다 소곤대는 소리를 듣는다
- 검은 구름 몰려오더라도 / 난 이제 울지 않는단다
핍박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떨치고 일어나
삼천리 방방곡곡에 꽃이 되고 희망이 된 민족 정기,
이제는 말갈기 휘날리며 저 드넓은 바다를 솟구치는 고래처럼
힘차게 뭉쳐나가리,
- 다시 바람이 일고 / 여기에 꽃들이 지고 있구나
- 붉게 서서늘하게 지고 있구나
오늘의 태양이 지면 내일의 태양이 다시 밝아오듯
앞 강물이 흘러가면 뒷 강물이 또 따라오듯
배달민족과 혼은 끈질기게 이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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