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 (天冠) / 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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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4회 작성일 20-01-21 01:55본문
천관 (天冠) / 이대흠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막 돋아난 개밥바리기를 보며
별의 뒷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없고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어둠에 덧칠된다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다
* 이대흠 : 1968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2019년
제1회 조태일문학상 외 3회수상, 시집<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등
< 소 감 >
천관산은 화자의 고향인 장흥에 있는 산으로 면류관(冕旒冠)을 쓴 모습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화자가 개밥바라기 뜰 무렵 산을 바라보며 지은듯 한데, 참 쌈박
하다
뉘엿 뉘엿 넘어가는 석양빛이 바위에 물들고 붉게 물든 바위는 웅크리고 앉아 화자
를 바라보고 화자는 바위를 바라보며 조응하는 모습이다
참 멀리 갔는데 거기, 참 멀리 왔는데 여기, 유행가 가사처럼 자기생에 대한 해후인듯
누구나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면 주변의 사물로부터 자기를 연관시키고 해석하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어머니 품속 같던 느티나무는
정월 대보름 고사떡 얻어먹은 죄로 마을 지켜주느라 모진 강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기도
했던 내 요람 속 느티나무는
고향 떠나서도 잊지못하고 어머니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지요
- 졸작(산문), 백호방 느티나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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