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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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8회 작성일 20-02-06 11:09본문
봄은
이대흠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 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상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곳곳에서 탕,탕,탕,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저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이다.
―시집『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창비, 1997)
한 시인의 이름이 어떻게 해서 각인이 될까. 보통 사람들과의 인연은 만남에서부터 비롯되지만 시인들은 시를 통해서 알게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감동을 주거나 색다른 시 한 편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 해 꽃이 한창 피어나는 봄에 이 시를 첫대면을 해서인지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꽃은 여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전쟁은 남성놀이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여자이면서 시적 화자를 남자로 내 세운 노천명의 '남사당' 이나 고정희의 <지리산의 봄3 - 연하천 가는 길>도 있지만 소월이나 영랑 같은 시인은 남성이면서 시의 어조가 여성적인데 비해 이 이대흠 시인은 이육사나 유치환처럼 남성적인 시를 쓴다고 한다. 이 시도 꽃이 피는 과정을 전쟁의 도구인 총에 비유를 하였는데 정말 봄날에 여기저기 빠르게 마구 피는 꽃들을 보노라면 전쟁이 다름 아니다.
아직은 날씨가 춥지만 입춘이 지났고 이제 얼음이 녹으면서 곧 꽃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언 영혼을 향해/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으니" 그대, 결코 긴장을 풀지 말라.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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