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漂白 / 김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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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5회 작성일 20-02-10 08:17본문
표백漂白
김성신
기억나지 않아요,
눈앞에 팔랑거리는 나비를 잡겠다고
고무신을 아차,
허공으로 날려버렸어요
저기 좀 봐
슈퍼타이 대신 설탕을 넣었어요
나를 녹여서 빨려고 해
어제와 똑같은 스웨터를 입게 될지 몰라
집 나간 병아리를 찾겠다고 거품을 손으로 찌른다
애타는 목소리를 휘젓는다
온몸에 멍이 든다 하얗게 하얗게 나를 잊는 병
둥둥거리며 세탁기 속에 삶아져 쉼 없이 돌아가다
쫑긋 귀를 세우면, 점점 표정이 굳어지지요
꼬들꼬들 잘 마른 빨래처럼 보송보송 웃으며
당신의 밤을 샤프란 샤프란 하고 싶어요
손으로 찍는 자국마다
설탕은 또 눈이 되어 내리고 있어요
프로필
김성신 : 전남 장흥, 광주대학원 박사과정 중,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 감상
치매라는 병증은 삶을 송두리째 잃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본인의 삶도, 돌봐야 하는 가족의 삶도 치매로 인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누구세요? ” 하면서 매일 새롭게 만나는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사회문제, 병, 불편함, 이 모든 것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당신이 살아온 생과 살아갈 생을 생각해 보자. 누구도 치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듯한 시선으로 포근하게 보듬고 살자. 본문에 표현한 시인의 말. ‘하얗게 하얗게 나를 잊는 병’이라는 말이 온종일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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