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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의 화두 /박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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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20-03-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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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의 화두


박창기


 

겨울 바다의 화두
책 좀 읽으라신다
파도책을 펼치면서
수천 권의 시집을 던지면서
제대로 된 시 한 편 쓰라신다
부끄럽다
받은 시집을 펼치면 바다보다 더 넓은데
해변에서 어휘만 줍고 있다
시 한 줄 연결 못해 전전긍긍이다
독기 품은 시 한 편 쓰려면
파도처럼 부서져야 하리
허연 채찍에 갈기갈기 찢어져야 하리
더도 덜도 말고
파도 같은 시 한 편 쓰라신다

 



-시집『바다경전』(그루, 2005)

 

 

 --------------

  인터넷 "디지털문화예술 아카데미" 사이트에서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문학과 인생" 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강의를 보았습니다. 강의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문학적으로도 기억할 만한 것이 많아서 반복해서 서너 번을 들었는데 조정래 소설가는 컴퓨터 시대에 지금도 원고지로 글을 쓴다고 합니다.

 

   태백산맥은 문학잡지에, 아리랑은 한국일보에 4년, 한강은 한겨레신문에 3년을 연재했는데 일반소설은 하루 원고량이 6매 반인데 대하소설이라 10매를 썼다고 합니다. 문장이 아니고 글자 하나만 틀려도 찢어버리고 다시 썼으며 칠 년 동안 연재를 하면서 막혀서 안 써질 때도 많았지만 칠 년 동안 원고가 늦어 담당으로부터 전화 한 번 받은 적 없을 정도로 마부가 말을 채찍질하듯이 스스로 닦달해 가면서 쓰고 또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하소설 세 편에 20년을 보내고 나니 관절이 어긋날 정도로 마비가 와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했지만 골프를 안 치듯이 죽을 때까지 컴퓨터를 배우지 않고 육필로 쓸 거라고 합니다. 이 강의를 할 때는 짓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지만 인터넷에 보니 벌교에「조정래 태백문학관」이 개관을 하였습니다. 이곳에다 원고를 그대로 전시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소설도 아닌 짧은 글을 쓰는 시인들도 자판기로 원고를 쓰고 이메일로 전송을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소설가나 시인들의 육필원고를 문학지에서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친필원고를 남기기도 하는데 남기려고 하는 원고하고 남겨진  원고가 같을 수는 없겠지요.

 

  인터넷시대, 이제 웬만한 시인이면 개인 홈페지를 가지고 있으며 카페나 블러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많은 시가 올라 와 있습니다. 이렇게 올라 온 시는 시에 별로 관심이 없는 누리꾼들도 자기들의 홈피로 수없이 퍼 나릅니다. 수준에 못미치는 시들도 덩달아 양산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갈밭에서 옥석을 줍듯 가려서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시와 이론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인터넷 시대가 많은 시인을 양성하고 시집을 안 사보는 여건을 제공하기도 합니다만 모니터로 보는 시의 맛과 시집으로 보는 시의 맛은 또 다르고 사이버 탐색을 하다가 좋은 시집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를 접하다보면은 때로는 시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시를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아래시는 박창기 시인의 이름보다 시를 먼저 본 경우입니다..

 

 

 

그대가 처음
내게로 왔을 때처럼
놓고 가는 것 또한 우연이면 좋겠네

 

산자락 넘어오는 그대
바다나루 건너오는 그대
몸은 이미 지나고 마음만 뒤에 남아
갈잎 흔들며 흔들며
갯 내음 사발로 들고 오는 그대

 

그대를 만나서는
그대가 지피는 세찬 불에
한참이나 등신불이 되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내 속에 가두어 둘 겨를도 없이
가는 일도 기약 없는 약속처럼
우연이면 좋겠네
 
우연도 순간이어서
기쁨처럼 아픔도 그러했으면 좋겠네    


「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 전문

 

 


  시집이 안 팔리는 부작용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참 좋은 세상입니다. 유·무명의 시를 마음껏 향유 할 수 있으니 유명한 시는 더 유명해질 수가 있겠고 무명의 시는 알리게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니 좋은시를 쓴다면 무명의 시인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시를 알리는 다리의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가 쓰고 싶다고 해서 쓰여지는 것도 아니어서 시인은 어디서나 시 생각만을 합니다. 바다에 가서도 화두는 여전히 시이지만 한 줄의 문장은 커녕 시의 어휘조차 줍지를 못하고 전정긍긍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바다 자체가 시이고 파도가 다 시어인데 시속의 화자는 그 동안 열 권 넘게 시집을 내고 읽은 시집도 바다의 언어보다 많은 것 같은데 제대로 댄 시 한 편이 없다고 자괴감에 젖어듭니다.

 

  최금녀 시인의 「시인이 되어」의 '만년필 세트' 라는 글을 보면은 시집은 안 팔리는 것이 정답이지만 그렇다고 시가 읽히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쓴 시를 읽더라는 것이었지요. 시집이 안 팔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좋은 시를 쓸 수 없는 것이 문제인것 같다고 하면서 지구 끝에서 내 시를 읽은 사람을 보았다고 합니다.

 

  어느날 발송지가 브라질인 소포를 받았는데 몽불랑 만년필과 볼펜 한 쌍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지인도 없는 지구의 반대편에서 어떤 경로로 그 먼 곳까지 자신의 시집이 갔는지 모르지만 고국이 그리울 때마다 한편씩 읽는다는 편지를 받고 용기를 얻으며 시집은 안팔리지만 누군가는 시를 읽어준다는데 동의를 한다고 합니다.

 

  시인에게 있어 좋은 시 한 편의 의미는 무엇이겠습니까. 스스로 오는 만족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갈증이 날 때 목을 적셔주는 무력감을 채워주는 충족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인이더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시인이 아니듯이 시인은 한 달에 한 편을 쓰더라도 시와 담을 쌓고 살면 아니되고 시를 써야 시인으로 존재를 할 것입니다.

 

  이름을 세상에 알리려고 시를 쓰는 시인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는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받아 적는 것이고 '시는 써서 뭐하나' 자괴감이 밀려올 때 어느 곳, 어디에서 숨은 독자가 자신의 시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시를 쓰는 것이 기쁨이고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를 쓰지 않으면 시인이라는 호칭을 달고 있어도 시인이라 할 수 없듯이 되지도 않는 시라도 써야만 시인 인 것입니다. 용돈값도 안 되는 시를 쓰면서 때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늘 시를 생각하며 시를 쓸 준비를 하고 있는 시인 인 당신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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